아프다 세상이
아프다 세상이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0.11.1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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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단말쓴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세상이 아픕니다. 사람을 해치는 코로나19라는 해괴한 바이러스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출몰하고 있어서 지구촌이 벌집 쑤셔놓은 듯 난리법석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이 성한 데가 없을 정도로 피해가 막심합니다. 하여 바이러스의 강한 살상력과 전파력 앞에 나라도 문명도 종교도 무릎 꿇은 부끄럽기 그지없는 한 해였습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이, 달과 화성을 넘나드는 신인류들이 미물 중의 미물인 한낱 바이러스를 퇴치하지 못해 경제와 종교 활동은 물론 일상의 자유까지 내려놓고 살아야 했으니 말입니다.

감염이 두려워 마스크로 입과 코를 가리고 살았지만 실은 구겨진 체면과 수치를 가리고 산거나 진배없는 나날이었습니다.

요양원에 계시는 부모님도 마음 편히 찾아뵐 수 없었고, 인륜지대사인 결혼식과 장례식에 오라하기도 거시기하고 가기도 거시기 했으며, 외국여행은커녕 가족나들이나 외식조차도 조심스러워 삼가고 삼갔던 참으로 아픈 세월이었습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방역당국과 의료진들의 헌신과 국민의 협조 덕분에 선진국이라 일컫는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보다 더 실효적으로 대처하고 있어 고무적입니다. 그렇다고 안심은 금물입니다. 확산세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아픈 건 그뿐이 아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랑과 자비와 용서를 갈구하고 희원하는 종교와 신도들이 증오와 배타와 보복의 화신이 되어 이교도를 죽이고 경원시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어서입니다.

신의 이름으로 국제사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테러로 애꿎은 사람들이 개죽음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 앞에 할 말을 잃습니다.

고약한 코로나바이러스는 예방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 종식되거나 치유되겠지만 종교 간의 갈등과 증오는 뾰족한 대책이나 수단이 보이지 않으니 통재입니다.

화해와 용서와 평화를 위해 지존하신 신들이 나서주면 좋으련만.

각설하고 세상이 또 아픕니다.

민주주의가 곪아 터질 지경이어서입니다. 민주주의의 본령이자 본산이라는 미국이 그 모양 그 꼴이라서 씁쓸함을 넘어 자괴감마저 듭니다.

민주주의 꽃이자 핵심이 선거인데 투표를 하고 개표까지 완료했는데도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 세력의 불복 행보는 분명 민주주의를 좀먹는 악성바이러스입니다.

편 가르기는 민주주의의 암적 존재입니다. 당선되어 권좌에 앉아도 반쪽짜리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고 사사건건 반대편에 발목 잡혀 국력낭비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싸울 때 싸우더라도 선거가 끝나면 모두의 편이 되어야 정권도 살고 나라도 삽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몹시 위중합니다. 보수와 진보가, 여와 야가 선의에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원수처럼 죽기 살기로 싸움질을 하고 있어서입니다.

자신들이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 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니 이해와 타협은 없고 증오와 배격만 난무합니다. 내편이 하면 로맨스고 상대편이 하면 불륜이 되는 내로남불의 전성시대입니다.

적폐청산도 그 중 하나입니다. 정치보복의 수단으로 기능하는 도돌이표가 될 터.

아무튼 이런저런 일로 세상살이는 힘들고 고달프지만 한 번 왔다 가는 우리네 사는 세상은 아름다워야 합니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사람들로도 가득하다'는 헨렌 켈러의 말과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라는 생떽쥐베리의 말을 떠올려봅니다.

그렇습니다. 사막 같은 세상일지라도 어딘가에 목마름을 풀어줄 샘이 있고, 고통으로 가득한 세상이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허니 아파도 애써 웃고 삽시다.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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