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왔습니다. 무더운 여름을 밀어내고 청량한 가을을 여는 9월이,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9월이 왔는데도 그다지 기쁘지 않으니 별일입니다. 작금의 코로나사태와 나라 돌아가는 사정과 민초들의 늘어나는 한숨이 자꾸만 눈에 밟혀서입니다.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참담한 세태에 허둥대다 보니 9월을 반길 여유조차 잃은 겁니다. 54일간의 물난리에 이어 엎친 데 덮치듯 휩쓸고 간 태풍과 폭염을 이겨내 이젠 살만하다 했더니 염라대왕 행세하는 고약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역과 세대를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려서입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무증상 감염이 속출해 타인은 물론 자신조차 믿을 수 없어 집콕을 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이니 말입니다. 확산세의 지속으로 병상이 모자랄 지경에 이르렀고 의료진들도 기진맥진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개인의 행불을 넘어 국가와 민족의 성쇠가 걸린 문제여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엄혹한 절체절명의 시기에 정부와 의사들이 극한대립을 벌이고 있습니다. 기가 찹니다. 힘을 합쳐도 어려운 판국에 정부가 코로나 치료와 퇴치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사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으니 한심함을 넘어 개탄스럽기까지 합니다.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치료와 대처 덕분으로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코로나방역을 가장 잘하는 나라로 평가받았고 덩달아 대통령 지지도도 올라 지난 4.13총선에서 집권여당이 대승을 거둔 원동력이 되었는데도 그들의 집단행동을 밥그릇 싸움으로 폄훼하며 불법 운운하며 겁박하는 건 온당치 않습니다.
정부의 지방의료인력 확충 정책이 아무리 옳고 좋다 하더라도 지금은 그 문제로 시간과 국력을 낭비할 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발등에 붙은 불부터 끄는 게 먼저이고 순리입니다. 그런 다음 현행 제도와 시스템 안에서 대안을 찾을 것인지 아니면 정부안대로 추진하는 것이 공익에 더 부합하는 것인지 공청회 등을 거쳐 합의점을 찾아 시행하면 될 일입니다.
민족대명절인 추석은 다가오는데 민초들의 삶이 몹시 어렵습니다. 수입이 줄어드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일감이 없어 일자리를 잃는 이들과 손님이 없어 가게 문을 닫는 영세자영업자들과 전업예술가들은 그야말로 아사직전입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들의 다급함을 챙겨야 하는 이유입니다. 긴급재난지원금 역시 급한 불부터 끄는데 요긴하게 쓰여 져야 합니다. 국가재정이 풍부해 전 국민에게 골고루 나누어주면 더할 나위없겠지만 그럴만한 형편이 못되니 이번에는 선별지원함이 옳다 여겨집니다.
아무튼 코로나사태는 미증유의 국란입니다. 물샐 틈 없는 방역과 조기 퇴치가 답입니다. 여기에 너와 나가 따로 일 수 없고 여와 야가 따로 일 수 없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국민경제는 물론 대처할 국가여력까지 바닥이 나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신화를 써온 위대한 대한민국호가 한순간에 나락에 빠지고 국민들은 도탄에 빠지는 비운을 맞을 수 있어 이를 경계함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위기극복의 탁월한 DNA를 갖고 있어 반드시 이 위기를 극복하리라 믿고 희망을 노래합니다. 끝내 이겨내리라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말입니다.
하여 하느님께 간절한 기도를 올립니다. 염치없지만 인간의 오만과 탐욕 그리고 환경과 피조물에 대한 그릇된 행위에 대해 속죄하고 참회하오니 너그러이 용서해주시라고. 코로나사태로 인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초들을 어여삐 보시고 그들에게 거듭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시라고.
이 땅의 선남선녀들이 하루속히 일상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주시라고 빌고 또 빕니다. 이른 9월 아침에.
/시인·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