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하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장미의 계절 오월입니다. 곳곳에 피는 장미가 눈길을 끌어서인지 모란의 정서가 조금은 쓸쓸하기도 합니다. 풍성한 꽃 모양 때문인지, 중국의 여황제 측천무후와의 이야기 때문인지, 김영랑 시인의 시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큰 꽃이 지는 모습은 슬픔마저 찬란하게 만듭니다. 봄인가 싶었는데 어느새 여름으로 치닫는 요즘, 모란의 기다림으로 남은 봄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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