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전 세계가 시름에 빠져 있다. 사회를 구성하고 관계를 유지하려는 인간의 본성이 도리어 바이러스의 확산 경로로 돌아오는 힘든 시기이다. 질병의 최전선에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고생하는 모든 의료인들에 대한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담아 오늘 별별 이야기의 주인공은 뱀주인자리의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로 선정하였다.
신화에 따르면 아스클레피오스는 제우스의 아들 아폴론과 인간인 코로니스 사이에 태어났다. 코로니스는 아폴론과 사랑에 빠져 아이까지 가졌지만, 인간인 자신을 버릴 것이라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코로니스는 아폴론의 아이를 가진 채로 이스키스라는 다른 인간 남자와 결혼을 해버린다. 이에 분노한 아폴론은 활을 쏴 코로니스를 죽이지만, 뒤늦게 후회하며 코로니스 뱃속에 있던 아이만은 살렸는데 그 아이가 바로 아스클레피오스이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켄타우로스족(인간과 말이 합성된 종족)에게 맡겨져 의술을 배웠고, 아버지의 재능을 이어받아 뛰어난 의사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제우스의 번개를 맞아 죽은(혹은 꿀단지에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글라우코스를 치료하게 된다. 치료 도중 갑자기 흰 뱀이 나타나서 아스클레피오스가 지팡이로 내리쳐 죽였다. 그러자 또 다른 뱀이 약초를 물고 나타나 죽은 뱀 위에 올려놓자 죽은 뱀이 살아났다. 이를 본 아스클레피오스도 그 약초를 이용해 글라우코스를 살렸다.
이 일로 아스클레피오스는 죽음으로부터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자신을 도와준 뱀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지팡이에 뱀을 감고 다녔다. 그러나 죽은 이를 살리는 일은 죽음의 신 하데스의 분노를 가져왔다. 하데스는 제우스에게 지상의 법도를 어긴 아스클레피오스를 벌하라고 청하였고, 제우스는 번개를 쳐 아스클레피오스를 죽음에 이르도록 하였다. 다만 그의 의술을 기려 밤하늘에 `뱀주인자리'로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신화 속 이야기는 현대로까지 이어져 있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에는 한 마리의 뱀이 감겨져 있는데 세계보건기구, 대한의사협회, 대한 응급구조사협회 등 여러 의료 기관들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부 기관은 두 마리의 뱀이 감긴 지팡이를 상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 지팡이는 헤르메스의 지팡이인데 헤르메스는 죽은 자를 죽음의 신에게 인도하는 역할을 한 인물이다. 따라서 헤르메스만을 생각한다면 의료 기관의 상징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상징이야 어쨌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빠르게 극복하고 세계가 다시 안정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가짜뉴스 유포나 마스크 품귀 현상에서 보이듯이 대규모의 감염 사태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불안과 공포를 가져온다.
인간에 대한 믿음과 존중, 그리고 배려와 단합이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아스클레피오스의 약초'가 되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