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섬은 국립공원 경관자원 100선에 선정된 푸른 초지로 이뤄진 섬으로 정상에 하얀 등대 하나가 서 있는 풍경은 쪽빛 바다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모세의 바닷길'을 볼 수가 있다. 하루에 두 번 크고 작은 몽돌이 맨몸을 드러내면 걸어서 아름다운 등대섬에 갈 수가 있다. 망망대해 절해고도의 황홀한 풍광을 뽐내는 섬으로 우리나라 섬들 가운데 사진작가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관광공사(KTO)의 소개 자료를 간추려 본 이 섬의 이름은 `소매물도'입니다. 여름 휴가철이 되면, 일명 `쿠크다스 섬'으로도 알려진 이 섬을 떠올리곤 합니다. 몇 년 전에 하룻밤만 머물렀던 곳이었지만, 가족과 함께했던 시원한 기쁨이 적잖이 오래가는군요.
그곳에서 예기치 못했던 일로 마음이 바짝 타들어가던 순간도 있었지만, 두 시간 남짓 배를 타고 낚시를 하기로 했던 일은 정말 잘했던 결정이었습니다. 선장님의 지시에 따라 낚시 포인트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물고기를 기다리던 심정은 절박하면서도 순수했었죠. 어린 아이와 같았던 그때의 심정으로만 산다면 천국에도 능히 들어갈 겁니다.
소매물도라는 이름도 남다르긴 하지만, 우리나라 섬 이름 가운데 특이한 것으로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져 찾아봤습니다. 한국해운조합(KSA)의 공식 블로그에선 완도의 `생일도'와 여수의 `두라도'와 `여자도'를 소개한 적이 있더군요.
정작 `그래도'라는 섬 이름을 찾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만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지요. 그래도 소득이 아예 없진 않았습니다. 김승희 시인의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라는 시를 찾았으니까요.
“가장 낮은 곳에/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그래도라는 섬이 있다/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어떤 일이 있더라도/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중략)/뇌출혈로 쓰러져/말 한 마디 못 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그 가장 아름다운 것 속에/더 아름다운 피 묻은 이름,/그 가장 서러운 것 속에 더 타오르는 찬란한 꿈/누구나 다 그런 섬에 살면서도/세상의 어느 지도에도 알려지지 않은 섬,/그래서 더 신비한 섬,/그래서 더 가꾸고 싶은 섬, 그래도/그대 가슴속의 따스한 미소와 장밋빛 체온/이글이글 사랑에 눈이 부신 영광의 함성/그래도라는 섬에서/그래도 부둥켜안고/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어디엔가 걱정 근심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절경이 마음에 딱 드는 천혜의 무인도라도 발견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3천 개가 넘는 섬에도 없는 `그래도'라는 섬이 김승희 시인 한 사람의 상상력으로 인해 뭇사람의 마음 지도에 희망의 섬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더군요.
“그래도라는 말의 이 절실한 동력!”이란 황인숙 시인의 화답을 되새기면서, 다시 소매물도로 가게 될 이번 여름 휴가의 뱃길에서 파도에 실려 보내고픈 짤막한 외침을 확정했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