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미술가가 다양한 방법들로 자화상을 표현해왔다. 이는 인간의 신체가 자신을 재현해내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한 방식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자아를 탐구할 수 있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의 사진작가인 신디 샤먼은 다소 독특한 방식으로 자화상을 그려내었다. 그녀는 1950~60년대의 영화와 광고 속에서 구축되어온 정형화된 여성의 이미지를 스스로 모델, 사진가, 연출가가 되어 재현함으로써 표현하였다. <무제 영화 스틸 Untitled Film stills>이라는 그녀의 초기 자화상시리즈는 모두 8×10inch 크기로 인화된 총 85점의 사진들로서 할리우드 B급 영화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제작한 것으로 모두 35mm 흑백 필름으로 촬영된 것이다. 자화상의 형식을 빌은 그녀의 작품들 속에는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틀에 박힌 여성의 전형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 사진들에서 셔먼은 마를린 먼로, 모니카 빗티, 소피아 로렌, 코니 프란시스와 같은 배우들의 이미지나 주부, 여고생, 오피스걸, 천진한 소녀, 매춘부와 같은 여성상을 재현하였다. 그렇다면 셔먼은 그녀의 자화상시리즈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사진 속에서 셔먼의 여성들은 여성이 아니라 여성의 이미지, 즉 수사들, 비유들로서 미디어에 의해 투사되는 여성성의 거울과 같은 모델들이다. 또한 셔먼은 완벽한 분장과 연출을 통해 재현하기 때문에 사진 속 배우의 역할 연기로 인해 셔먼의 실재모습은 가려져 아이러니하게도 사진 속에서 셔먼은 부재한다. 때문에 셔먼의 사진들이 언제나 자화상임에도, 그 사진들은 결코 그녀 자신에 대해서는 어떠한 것도 드러내지 않는다.
당시 사회의 분위기는 남성 중심주의로 전개되어온 전통문화 속에서 남성은 시선의 주체로 여성은 포즈를 취하는 남성의 응시의 대상으로 정의되어 왔다. 셔먼은 당시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정형화된 여성상을 재현함으로써 성적으로 대상화되고 있는 여성들에게`이것이 바로 당신이다'라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여성들 스스로가 성찰을 통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길 바랐던 것이다. 셔먼은 이렇게 미디어를 통해 재현되는 정형화된 여성상에 대해 성찰함으로써 문화에 의해 구축된 구성물로서의 여성의 이미지에 대한 가부장제 시선의 권력구조를 비판하고자 한 것이다.
사진을 차용하는 신체 미술은 분명 자신의 반영 이미지를 통한 개인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그러나 셔먼의
/미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