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둘인 세상
태양이 둘인 세상
  •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 승인 2019.04.2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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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태양도 하나, 달도 하나다. 당연하다. 그것이 이상한가? 이상하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 옛 사람들은 하늘에 태양이 하나이듯 나라에 임금도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나뿐인 태양이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우주에서 보면 그렇게 당연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과 같이 밤하늘에 보이는 모든 별들은 모두 태양이다. 이 태양들은 혼자 있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이중성이고 둘 이상인 삼중성들도 많다.

달도 그렇다. 지구는 달이라는 위성 하나만 가지고 있지만, 태양계의 다른 행성에는 위성이 한 개인 것이 아주 이상한 현상이다. 화성만 해도 위성이 두 개이고 목성과 토성은 위성을 수십 개씩 거느리고 있다.

이렇게 보면 태양이 하나, 달이 하나인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우주에서 보면 아주 특이한 현상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가 일상으로 경험하는 것은 모두 보편적인 것으로 착각한다. 그리고 인간은 자기가 경험한 것 이상을 상상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니 인간이 두 개의 태양, 두 개의 달이 있는 세상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그런 세상을 상상하는 것이 어려운 건 당연한 일이다.

태양 두 개가 뜨고 지는 세상, 아침이 두 번씩 찾아오거나 아예 하늘에 두 태양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는 광경을 상상해 보자. 밤에도 달이 두 개나 세 개, 아니 수십 개가 떠 있는 것을 상상해 보자. 어디 상상이 가는가? 우리는 하나의 태양, 하나의 달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두 개의 태양, 두 개의 달을 상상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두 태양이 서로 공전을 하고 있고, 그 주위를 지구와 같은 행성이 돌고, 지구 주위에 달이 여러 개 돌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어떤 날은 큰 태양이 뜨고, 어떤 날은 작은 태양이 뜨고, 어떤 날은 큰 태양과 작은 태양이 같이 뜨고 또 지고할 것이다. 지구와 같은 사계절이 아니라 큰 여름 작은 여름, 큰 겨울 작은 겨울이 있을지도 모른다. 수십 개의 달이 밤하늘을 현란스럽게 장식할 것이다. 그런 세상은 어떨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시간은 어떨까? 지구에서 시간이란 지구의 자전을 기준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태양이 뜨고 지는 것이 바로 시간의 기준이다. 다행스럽게 태양이 하나뿐이어서 시간의 기준도 하나다. 그런데 태양이 둘이라면 그런 세상에서 시간의 기준은 어떻게 될까? 물론 태양이 둘이라도 하나는 다른 하나보다 더 클 것이니 큰 태양을 기준으로 하면 될지 모른다. 하지만 큰 태양이 지고 작은 태양이 떠오르면 다시 날이 밝아 오니 큰 아침과 작은 아침이 있는 셈이고, 그런 세상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두 개의 시간이 생겨날 것이다. 지구에도 태양 시간(양력)과 달 시간(음력)이 있지 않은가?

이런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두 개의 양력과 여러 개의 음력을 사용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복잡한 달력을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은 분명 지구인들보다 지능이 더 높아야 할 것이다. 약속을 하거나 일을 계획할 때 지구인들과 같이 몇 시, 어디라고만 간단하게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태양시간, 어느 달 시간을 말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것도 부질없는 상상일지 모른다. 그런 세상에 사는 존재가 우리와 같이 잠을 자고, 약속을 하고, 뭐 이렇게 살아가는 존재가 아닐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가 태양이 둘인 세상을 이해하기 어렵듯이 태양이 하나인 세상을 이해하기 어려워할는지도 모른다. 우주에는 태양보다 엄청나게 큰 별도 있고, 태양보다 작은 백색왜성, 부피가 태양의 수천 배가 되는 적색거성도 있고, 초신성과 같이 폭발을 하는 별이 있는가 하면 성운도 있고 블랙홀도 있다. 그런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그리고 그런 세상에 사는 인간(?)은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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