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청주다
청주, 청주다
  • 손우경 기자
  • 승인 2015.08.04 1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민기자의 눈

장류보위 <이주노동인권센터 간사>

 

지난달 말 서울에 있는 식당의 사장이 중국인 근로자에게 임금을 주지 않는 일로 서울에 다녀왔다.

아침에 이주노동인권센터 소장님, 필리핀 친구들과 출발해 소장님은 수원 노동청에 가시고 나는 시간 여유가 좀 있어 수원에서 서울까지 지하철을 타고 친구를 만나러 갔다.

서울에 자주 가지 않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면서 뉴스에서 나온 블랙홀,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사고 등등 이야기가 머릿속에 떠올라 좀 불안했다. 다행히 아무 일 없이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친구와 동대문에서 만나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배가 부르자 동대문 구경에 나섰다. 메르스 때문인지 외국인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일 년 전 동대문에서는 한국어보다 러시아어를 더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 이날은 동대문이 예전처럼 외국인이 많지 않은 한국 시장이 돼 있었다.

오후에는 소장님과 강남으로 이동했다. 가끔 서울에 와봤지만 늘 같은 코스로 다녔기 때문에 다른 곳은 잘 몰랐다. 그러나 이번 서울 방문은 ‘강남 스타일’ 고향에 볼일이 있었기 때문에 강남이 어떻게 생겼는지, 부자들이 사는 동네가 어떤지 볼 기회였다.

청주 ‘촌’에서 올라와 서울의 고층 건물 간판들을 보니 목이 아팠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위만 보고 살면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람이 위, 즉 너무 높고 먼 목표만 보고 살면 그것을 이루고자 서둘러 움직이지만, 이러한 행동이 행복의 지수를 높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강남을 둘러본 후 또 다른 일을 해결하려고 서울 법원으로 갔다. 어마어마하게 보였다. 우리 청주에 있는 법원과 검찰청보다 몇 배나 더 커서 집행사무소를 겨우 찾았다.

그런데 무더운 날씨에 습기 있는 반지하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안쓰러웠다. 그 사람들은 나름대로 법원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자체가 자랑스러울지 모르지만, 나의 눈에는 법원이 큰 개미집으로 보였다. 집은 크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니 좁고 답답하고 개미굴 같았기 때문이다.

일을 마치고 청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너무 기뻤다. 내가 청주에 살고 있다는 것이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