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만 수확해도 다행…농사 망쳤어"
"절반만 수확해도 다행…농사 망쳤어"
  • 김영택 기자
  • 승인 2012.06.21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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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 지독한 가뭄 시달리는 서산농가를 가다
예년 강수량 15% 불과…아직도 모내기 못해 시름

시설비 들인 감자수확량↓ 소득빚더미걱정 한숨

소방차가 논에 물을 쏟아 내고 농촌공사는 일손을 멈추고 관정개발에 몰두하고 있는가 하면 서산시는 레미콘 차량을 동원해 마른 논에 물을 대고 있다.

한여름 같은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강수량이 예년의 15%에 불과한 지독한 가뭄에 농부들이 신음하고 있다.

아직도 모내기를 하지 못한 농가가 수두룩하고, 밭작물은 생육을 멈췄다. 생산량 감소로 출하량이 줄자 도매시장 농산물 값은 급등했지만, 산지 농산물 값은 제자리이고 소출이 반으로 줄어 소득감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충청타임즈 취재진이 서산지역 농가들의 실상을 살피기 위해 차를 몰았다.

국도를 지나 서산시 지곡면 환성리 농로로 접어들자 농촌공사 서산지사의 관정 굴착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아래쪽 천수답 논바닥은 거의 가 다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었다. 겨우 모내기를 한 논도 쩍쩍 갈라진 채 생육을 멈춘 어린 벼가 누렇게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흙먼지 속 농로를 따라 10여 분 후 지곡면 환성리에서 농민 김종화씨(51)를 만났다.

손이 쑥쑥 들어갈 만큼 갈라진 논을 가리키며 김씨는 "하늘이 원망스럽다. 논바닥에 쓰러져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면사무소에서 지원해 준 호스로 1km 떨어진 곳의 관정에서 물을 얻어 어제부터 물을 대곤 있지만 10일 후에나 모내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의 논 3만9600㎡(1만2000평) 중 3만㎡는 아직도 모내기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지금서 모내기를 해봐야 수확은 평년작은 고사하고 예년의 30% 수준일 것이며, 그나마 모내기를 한 논도 뿌리 활착이 덜돼 절반만 수확해도 다행인 상황이어서 올해 벼농사는 망친 것"이라고 푸념했다.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그의 논 주변 이미 모내기를 한 논조차 방치된 잔디밭 같았다.

김씨의 어둔 얼굴을 뒤로하고 오는 23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팔봉산 감자축제장이 열리는 양길리로 차를 몰았다.

팔봉산자락 황토밭에서 생산되는 팔봉 감자는 씨알이 굵고 속이 단단해 맛있는 감자로 유명한데 감자엔 풍부한 비타민B와 다량의 섬유소를 함유해 노화방지, 소화기질환 및 심장혈관질환, 콜레스테롤 억제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웰빙 먹을거리로 인기다.

마을 입구에 다다르자 감자밭 스프링클러가 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평생 감자농사를 지어왔다는 농민 A씨(67)는 "가물어서 감자 밑이 들지 않을까봐 400만원의 빚을 내 올해는 스프링클러 시설을 했다"며 "그러나 시설비나 건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팔봉 감자농가들은 올해 스프링클러로 농사를 지었다. 23일 오전 10시 개막식 후 다양한 행사가 있지만, 백미는 감자 캐기 체험행사. 시중가격의 절반인 6000원(5kg), 1만원(10kg)의 참가비만 내면 된다.

육쪽마늘 주산지인 부석면으로 향했다. 가사리 마늘 수확 현장에서 만난 농민 B씨(71)는 "가뭄 때문에 밑이 들지 않아 수확량도 30%가량 줄고 값도 접 당 1만원 선에 그쳐 소득은 지난해 절반정도로 본전을 뽑기도 힘들다"고 하소연 했다.

특히 6쪽 마늘은 수입산인 스페인 마늘과 달리 가뭄에 취약해 토양에 적정한 습기가 없으면 밑이 들지 않아 올해 같은 가뭄에는 풍년농사를 기대할 수 없다고 시 농업기술센터측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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