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 명품노예에서 알뜰족 변신’
‘일본인들 명품노예에서 알뜰족 변신’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9.22 1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때 ‘명품 노예’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었던 일본인들이 계속된 경기침체에 ‘알뜰족’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21일(현지시간) A섹션 1면과 3면에 걸쳐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린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명품 소비열기가 줄지 않았던 일본의 소비자들이 이번 글로벌 경기침체는 두손을 들고 ‘월마트 쇼핑족’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전했다.

타임스는 100달러 멜론과 1000달러 핸드백 등 명품 상품들을 쉽게 구입했던 일본인들이 월마트로 눈을 돌리면서 지난 7년간 이익이 나지 않았던 매출이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소매업계에서는 거의 전 분야가 매출감소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특히 명품 산업이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타임스는 불황을 모르던 ‘전능한’ 명품들, 특히 일본인들에게 가장 사랑을 받던 루이뷔통 핸드백이 올 상반기 6개월간 20%나 매출이 줄었다고 소개했다.

이 때문에 루이뷔통은 지난해 12월 도쿄에 팬시스타일의 매장을 오픈하려는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70년대와 80년대, 심지어 경제위기의 고통이 한창이던 90년대에도 루이뷔통과 에르메스는 꾸준한 소비증가를 보인게 사실이다.

일본의 명품시장 규모는 150억 달러~200억 달러지만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로 심상치 않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컨설팅기관인 맥킨지 앤 컴퍼니는 일본인들의 소비변화가 일시적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우선 일본의 신세대들은 기성세대와는 달리 명품에 열광하지 않는다. 이들은 일본 전역에 퍼지고 있는 중고품 매장에서 필요한 상품들을 구입하는 것을 즐긴다.

히라누마 이즈미 씨(19)는 “기성세대들은 스스로를 루이 뷔통에 맞췄지만 젊은 세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싼 것이 멋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된다는 것이다.

수퍼마켓에서는 한다발에 25센트인 콩나물은 4달러짜리 배추 대용품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일본 소비자들은 참외를 외면하고 값싼 바나나를 찾고 있어 수입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도쿄 중심가의 게이쿠 수퍼마켓에서 장을 보던 주부 구도 마키 씨(36)는 “지난해부터 과일 가격이 많이 올라서 요즘 소비를 줄이고 있다. 이젠 가격을 보고 물건을 고른다”고 말했다.

중고품을 거래하는 알뜰매장에서는 우산이 잘 팔린다. 비가 오면 일본인들은 택시를 타는 대신 우산을 쓰고 가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다이이치 생명의 나가하마 도시히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가구당 연간 소비가 350만엔(약 4500만원)에서 6만9509엔(약 90만원)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일본인의 절약 신드롬은 일본경제에 수요가 공급을 밑도는 4000조 엔의 ‘디플레이션 갭’을 가져올 전망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상품가격을 인하해야 하지만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종업원을 줄여야 하는 등 악순환이 벌어지게 된다. 일본의 실업률은 5.7%로 9.7%의 미국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정부 연금시스템의 문제로 인해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보다는 저축에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총선 승리를 한 민주당은 세제개혁을 통해 자녀가 있는 가정의 가계수입을 늘리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공약을 내건 바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현재 디플레이션의 움직임이 가격을 하향조정하기 힘들게 만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가격 경쟁의 열기는 가령 보리와 호프를 원료로 한 맥주대신 콩과 완두콩 단백질을 이용한 값싼 ‘짝퉁 맥주’의 값이 내리는 등 이미 가격싸움이 시작된 상태이다. 지난 7월 세븐일레븐 체인을 운영하는 세븐&아이 홀딩스는 캔당 1.35달러에 새로운 짝퉁 맥주를 시판했다.

복합쇼핑몰인 이에온 쇼핑센터는 자체 브랜드 맥주를 1.09 달러에 내놓았고 다이에이 수퍼마켓 체인은 맥주가격을 1달러 이하로 내렸다. 저가 양모와 티셔츠회사로 전세계에 체인을 갖고 있는 유니키오의 U.G.브랜드는 올해 990엔짜리 바지를 출시했다.

에이온은 조만간 880엔 짜리 청바지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월마트 지분을 갖고 있는 세이유 체인도 연내 비슷한 가격대의 청바지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품 매매체인 ‘한지로’는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많다. 92년만 해도 점포가 하나였지만 지금은 19개 된다. 한지로가 지난 4월 도쿄 인근의 사이타마 현에 새로운 매장을 오픈했을 때 1000명의 열광적인 젊은 팬들이 290엔짜리 티셔츠를 사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세이유의 6달러짜리 와인과 월마트의 86달러짜리 양복과 87달러짜리 자전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세이유는 가격전쟁을 불을 지른 곳이이다. 점심도시락인 벤토중에 쌀밥과 연어구이를 298엔에 파는 세이유는 벤토박스를 조립라인처럼 만들어 파는 방식으로 원가를 절감했다.

소비자들이 변화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는데 성공한 세이유의 성공사례는 다른 업체들의 흉내내기로 이어졌다. 도시락 박스를 장바구니에 담은 가와노 지에 씨는 “가격이 제일 중요하다. 나는 모양 같은건 필요없다”고 잘라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