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원 식량이 부족해 멀건 죽과 수제비로 연명하던 유년시절, 배는 고팠지만 그래도 그때는 우울하지도· 불행하지도, 죽고 싶지도 않았다. 더더욱 왕따도, 묻지 마 범죄도, 함께 먹고 자며 보초 서던 전우에게 총기를 난사하는 비 인륜적 사고도 없었다.이웃과 함께 오순도순 살았으므로, 외롭거나 절망스럽지 않았고, 증오나 적개심도 별로 없었다. 어른들은 이웃집 숟가락 숫자까지 알 정도로 친숙하게 지냈고, 애경사나 농사일을 품앗이 하며 서로 돕고 살았다. 아이들도 함께 학교 가고, 숙제도 소꿉장난도 함께 했다.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 첫머리가 ‘철수야 놀자, 영희야 놀자’였다. 아이들은 그렇게 숨바꼭질, 자치기, 딱지치기, 고무줄놀이를 하며 자랐다.바람 부는 날은 뒷동산에 올라 바람개비 돌리기와 연
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 2014-07-03 20:25
김기원 사노라면 싫든 좋든 많은 사람들과, 이런저런 일들과, 뜻하지 않은 사건사고와, 변화무쌍한 자연현상들과 마주친다. 내 의지와 관계없이 필연과 우연으로 또는 의도하고 준비한 대로 말이다. 마주침에는 서로 엇갈리는 중에 스치는 교차(交叉), 우연히 만나고 마주치는 봉우(逢遇) 그리고 두 가지 일이 공교롭게 마주치는 상치(相値), 사물이 서로 어울리지 아니하고 마주치는 상충(相沖)이 있다. 부딪침은 서로 맞부딪치는 충돌(衝突), 또는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갑자기 부딪치는 역학적 현상을 이름 한다. 유의어로 들이받다, 맞부딪치다, 충돌하다 등이 있다.대체적으로 마주침은 우연성이 강하고, 부딪침은 의도성이 강하다. 그러므로 마주침은 자신의 의지와 관련 없이 생성되고, 부딪침은 자신의 의지로 생성
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 2014-06-12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