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 계약' 연예인·회삿돈 유학…국세청, 38명 탈세 조사
'다운 계약' 연예인·회삿돈 유학…국세청, 38명 탈세 조사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0.11.0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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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 행위 확인되면 처벌법에 따라 엄정 처리"
소득세율 높고, 법인세율 낮은 점 착안해 범법

해외 법인 대여금으로 '사주 자녀 유학비' 대고

그린피 현금으로 받아 매출액 줄여 신고하기도

혐의자와 가족, 관련 기업까지 철저히 검증 예고



-1. 유명 연예인 A씨는 가족 명의로 운영하는 연예 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맺으면서 일종의 '다운(Down) 계약서'를 썼다. A씨가 벌어들이는 수입을 나눌 때 "기획사에 더 유리하게 배분한다"고 계약한 것이다. 법인세율(최고 25%)과 소득세율(42%) 간 차이에 착안해 세금을 적게 내려고 저지른 행위다. 이에 따라 A씨는 수입을 줄여 신고하고, 그만큼 세금을 적게 냈다. 기획사는 법인세를 줄이기 위해 고가의 수입차와 법인 명의 신용카드를 제공하고, 사적으로 쓴 금액을 경비 처리하기도 했다. 이를 수상하게 여겨 현장 조사 등을 나선 국세청에 최근 적발된 A씨는 수십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2. B사는 사업과 직접적 관련 없는 20억원대 골프 빌리지(골프장 내 주택)를 구매한 뒤 사주 가족에게 독점 제공했다. 사업 지속 여부가 불분명한 자본 잠식 상태의 해외 법인에 대여금 명목의 자금을 송금한 뒤 거짓 원가를 계상해 이를 유용하기도 했다. 이렇게 만든 자금은 사주 자녀의 유학 및 체재비로 썼다. 정작 자녀 유학비를 대기 위해 사주가 직접 송금한 외화는 한 푼도 없었다. 국세청은 B사 사주의 골프 빌리지 사적 사용, 기업 자금 유출 혐의 등을 엄정하게 조사하겠다는 계획이다.



-3. 국내에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C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반사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해외 원정 골프를 즐기던 사람들이 몰려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면서다. 이 과정에서 C사는 그린피(골프장 코스 사용료)를 현금으로 내는 고객의 영수증 발급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매출액을 줄였다. 일용직 급여를 가짜로 계상하고, 코스 관리비를 과다 지출하는 방식도 동원했다. 또 C사 사주는 비상장 주식을 저가에 양도하는 방식 등으로 자녀에게 편법으로 증여하기도 했다.



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은 4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A씨를 포함해 여러 혐의자의 탈세 사실 조사를 마쳤고, B·C사를 포함해 호황 현금 탈세자, 기업 자금 사적 유용자, 반칙 특권 탈세자 등 불공정 탈세 혐의자 38명의 세무 조사에 새롭게 착수한다"고 밝혔다.



노 국장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세금을 탈루하는 사례 등을 다수 포착했다"면서 "신중한 세무 조사 운영 기조 아래에서도 불공정 탈세에 엄정하게 대응하기 위해 이번 조사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A씨의 탈세 방법은 국세청이 과거 적발한 연예인들의 탈세 사례 중에서도 눈에 띈다는 설명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그동안 탈세를 시도하는 연예인을 다수 적발했지만, 이런 방법까지 이용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뉴시스에 밝혔다.



이번에 선정된 세무 조사 대상자는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리는 레저 업종 및 고소득 전문직 중 현금 거래를 통해 매출액을 누락한 22명과 투자와 고용 창출에 쓰여야 할 기업 자금으로 자녀를 유학 보내고 호화 사치품을 사는 데 쓴 13명, 일반인은 알 수 없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를 승계한 3명 등이다.



이 밖에 경영 계획 등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해외 유학 중인 자녀, 미성년 손자 등에게 주식을 증여한 뒤 기업 상장 등을 통해 세 부담 없이 막대한 부와 경영권을 승계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번 조사 대상자는 개인은 평균 112억원, 법인은 1886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노 국장은 "이들은 어려운 시기에 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함에도 헌법상 4대 의무 중 하나인 납세 의무를 게을리 했을 뿐만 아니라 편법과 반칙의 전형적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조사 과정에서 증빙 자료 조작, 차명 계좌 이용 등 고의적으로 탈세한 행위가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처하는 등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했다.



국세청은 탈세 혐의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 관련 기업 등까지 철저하게 검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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