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IS 응징' 둘러싼 5가지 불편한 진실
서방의 'IS 응징' 둘러싼 5가지 불편한 진실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5.11.1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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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발생한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 이후 프랑스와 미국, 러시아 등 서방국가들은 “자비는 없다”면서 한 목소리로 단호한 응징을 외치고 있다. 프랑스와 미국, 러시아 등은 IS에 대한 군사적 공격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과연 군사 행동으로 중동의 암 덩어리인 IS를 제거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중동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은 군사 작전만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없을 정도로 꼬여 있다.

CNN방송은 18일 서방국가들의 IS 대응과 관련된 ‘5가지 불편한 진실’을 정리했다.

◇ 미국이 지지할 만한 시리아의 ‘선한 세력’은 어디에?

시리아에는 40여개의 반군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 수니파 이슬람 반군 연합인 '자이쉬 알 파테(Jaish al-Fateh : 정복군)와 알카에다와 연계한 알누스라전선, 극단이슬람 성향의 '아흐라르 알 샴(Ahrar al-Sham) 등 40여개 반군조직들이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과 싸우고 있다.

그러나 어느 조직도 아사드 정권이나 IS에 맞설 정도로 두드러진 힘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지지하고 있는 ‘자이쉬 알 파테’나 ‘시리아민주전선(Syria Democratic Front)’ 등 이슬람 온건 세력들은 군사력이나 규모 면에서 지리멸렬한 상태이다. 현재 아사드 정권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세력은 알카에다와 IS이다.

게다가 반군세력은 러시아의 군사 개입으로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는 지난 9월 30일부터 IS 퇴치를 명분으로 공습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IS 제거보다는 아사드 정권과 싸우는 반군 세력의 힘만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IS의 파리 테러를 대하는 반군들의 입장도 제각각이다. 미 국무부가 급진세력으로 평가하고 있는 아흐라르 알 샴은 IS의 파리 테러를 비난하고 나섰다. 반면 ‘자이쉬 알 파테’는 그 동맹세력 중 일부가 IS를 비난하는 입장에 반대하면서 한동안 작전을 중지하기도 했다. 이라크의 수니파들은 대부분 IS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론적으로 시리아에서 미국이 믿고 밀어줄 만한 세력을 찾기가 어렵다.

◇ 쿠르드족은 만능 해결사가 아니다.

쿠르드족은 수니파와 함께 아사드 정권에 맞서 싸우고 있다. 그러나 수니파 사람들은 쿠르드족에게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쿠르드족들이 한 때 아사드 정권에 협력했었기 때문이다.

또한 쿠르드족은 IS와의 전쟁보다는 시리아 북부에 ‘로자바(Rojava, 쿠르드 자치지구)’라고 부르는 자신들의 조국을 세우는 데에 관심이 더 많다. 만일 자신들의 땅을 IS로부터 찾더라도 쿠르드족들은 수니파들이 자신들의 영역으로 돌아오는 것을 반기지 않을 것이다. 수니파의 신뢰와 도움이 없이는 IS를 축출하기 어렵다. 쿠르드족을 선봉으로 내세워 IS와의 전쟁을 수행할 수 없는 이유다.

◇ 터키도 나토 회원국이지만 그 자신이 골칫거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와 시리아 국경은 온통 구멍투성이다. 터키 국경은 IS 자원병들이 흘러들어가는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터키는 IS와의 전쟁보다는 쿠르드 퇴치에 더 신경을 쏟았다.

그러나 터키 내에서 IS의 테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터키의 태도가 바뀌었다. 지난 10월 10일 터키 수도 앙카라 기차역에서 발생한 IS의 자살폭탄 테러로 인해 10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에는 터키 남부 가지안테프에서 IS 조직원이 자폭테러를 감행해 경찰관 다섯 명이 다쳤다.

IS의 신병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터키와 시리아간 국경을 봉쇄해야 한다. 그러나 900km에 달하는 두 나라간 국경을 봉쇄하는 일은 아직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은 타협적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최상의 선택.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은 16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IS를 "악의 얼굴(the face of evil)"이라 규정하면서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하지만 IS 응징을 위해 미 지상군을 투입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국제연합군이 동참하는 공습 위주 현행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것이었다.

분노한 유럽국가의 시민들에게 오바마의 선택이 성에 차지 않겠지만, 현재로서는 최상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이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치르면서 톡톡히 대가를 치른 미국 국민들이 또 다른 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습과 특수부대를 이용한 작전이 비록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 IS를 격퇴시킬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 중동국가 자체의 내재적인 힘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중동지역의 근·현대사는 국가 간 전쟁과 내전, 민족갈등 등 혼란으로 가득 차있다. IS는 시리아와 이라크의 혼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경 충돌 등 중동 지역 내 ‘힘의 공백’을 파고들며 성장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의 전개 상황에서 이미 드러난 것처럼 서방이 자신들의 의도대로 중동을 변혁시키려는 시도는 성공할 수 없음이 드러나고 있다.

향후 중동지역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는 또 다른 불씨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다. 오랫동안 두 나라는 중동지역의 패권을 다투면서 충돌해 왔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내 상황 역시 급격한 변혁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도층의 고령화와 불만에 가득 찬 젊은 층의 폭발적 증가, 원유가격 하락에 따른 경제 불안 등이 급변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과 유엔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아 시리아의 미래 등 중동현안을 논의하도록 조율하고 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모두 중동에 이라크 사태와 유사한 일이 되풀이 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중동국가들도 전쟁과 혼란에 염증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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