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주
노블레스 오블리주
  • 김권요 <영동군 용화면사무소>
  • 승인 2014.07.0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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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권요 <영동군 용화면사무소>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귀족의 의무’라는 프랑스어에서 파생한 말로 고귀한 신분에 따른 윤리적 의무를 뜻한다. 이는 신분적 귀족이 아니라 정신 귀족으로서의 의무이며 출신 성분과는 아랑곳없이 남들 위에 서서 있지만, 남을 위해 일하는 지도자로서의 의무이다.

초기 로마시대 귀족들은 평민보다 앞서 절제된 행동과 모범적 양심으로 국가의 기틀을 다져왔다. 특히 포에니 전쟁(지중해 세계의 패권을 둘러싸고 BC 3세기 중엽에서 BC 2세기 중엽에 이르기까지 전후(前後) 3차에 걸쳐 있었던 고대의 세계적 전쟁)때에는 전쟁세를 신설해 재산이 많은 귀족들이 더 많은 세부담을 감수했다. 그들은 제일 먼저 기부를 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돈을 국고에 갖다 바쳤다. 이것을 본 평민들도 앞다퉈 세금을 내게 됐고 끊임없는 전쟁으로 국고가 바닥이 나자 전시국채를 발행, 귀족 및 정부요직에 있는 사람들만 구입토록 했다. 평민들에겐 전비 부담을 요구하지 않은 것이다. 또 평민들보다 먼저 전쟁터에 나가 목숨을 바쳤다.

또한 중세후기 영국의 대영제국시대 영국 고급관리는 으레 가문이 좋은 집안 출신이기 마련인데 숙녀의 식탁에 닭다리를 올리는 것까지 금기시 했다. 윤리적 측면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유난히 중요시 했음을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윤리적으로 본 한국적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박지원(朴趾源,1737년~1805년)의 ‘양반전(兩班傳)’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배고파도 참고 가난함을 입 밖에 내지 말아야 하며 쌀값은 묻지 말아야 하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아내를 꾸짖지 말며 상소리만 들어도 발을 돌려 귀를 씻고 물레방앗간이 있으면 멀리 돌아갔다. 방아 찧는 데서 성교행위가 연상된다는 마음의 오염을 기피하기 위해서 였다. 물론 양반이란 명목의 고지식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지금까지 한국사회를 지탱해 오고 있는 동양 윤리정신의 일맥을 표본한다는 점에서는 중요하게 다루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현실적, 금전적으로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여 최씨일가 12대 300년에 걸쳐 부의 토대가 된 경주 교촌마을의 최부자집 이야기는 약4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시사하는바가 적지 않다.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자가 없어야 한다는 최씨문중의 의지에서 그 뜻을 헤아려봄직 하다.

요즘들어서는 인사청문회에서 보여주듯 정치적 지도자가 지녀야할 윤리적 덕목으로 요구되어지고 있고 기업 경영자에겐 ‘윤리 경영’ 또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의미로 자리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나 경영자의 행동이 국가나 사회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그만큼 사회 지도층이 갖추어야할 중요한 덕목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6월 지방선거를 막으로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새로운 무대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였다. 향후 4년간 방영될 이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게 나오기 위해서는, 그를 존경하는 수 많은 ‘평민 시청자’들이 인정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추구 하는데 인색함이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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