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좋다
사람들이 좋다
  • 김낙춘 <충북대학교 명예교수·건축가>
  • 승인 2014.04.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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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김낙춘 <충북대학교 명예교수·건축가>

언젠가 가벼운 감기에다 몸살(氣)까지 겹쳐, 뭐 별일 아니겠지, 하루 이틀 견디면 괜찮아지겠지, 건강에는 자신 있다고 큰소리치다가 병세가 도져서야 여러 날 병원 신세를 졌다. 어지간하면 병원에 가는 일이 귀찮아, 앓아눕지 않아도 될 병고(病苦)를 톡톡히 치렀다. 여러 날 병치레를 한 후로는 사람들을 만나면 ‘아프지 마세요.’라는 말로 인사말을 건넨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안 가장 견디기 어려운 형벌이 있다면 병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일이 아닌가 싶다. “정말 아프지 마세요.”

겨우내 소진된 온기(溫氣)가 되살아났다. 곁에 다가온 봄볕이 따뜻하고 포근하다. 거리에 나선 사람들의 움직임도 가쁜하고 활발하다. 옷차림도 곱고 환해졌다. 거리의 분위기도 오고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밝다.

집에서 나서면, 가까운 곳에 청주예술의전당(cheongJu Art Center)이 있다. 우리나라 전통건축양식이 간결하게 표현된 석조건축(石造建築, Stone Architecture)이다. 재래식기와를 얹은 건물의 위용이 돋보인다. 지난해 연말 즈음 건물주변에 조경시설이 보완되어 기존의 광장에 연이은 새로운 외부공간이 조성되었다. 단순히 지나치는 곳으로의 단조로움을 해소하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만남과 대화가 이루어지는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낮은 담장 안에 꽃도 심었고 마주앉아 정담을 나눌 수 있는 벤치도 놓여졌다. 예향(藝香)의 도시에 걸맞게 예술의전당은 2층 규모의 대공연장과 전시장을 갖추고 있다. 년 중 내내 다양한 공연과 음악회 및 여러 장르의 전시가 열린다. 공연도 관람하고 가며오며 전시실에 들러 작품도 감상한다. 이곳을 찾은 여러 계층, 세대의 사람들과의 만남이 반갑다. 그들과의 어울림도 즐겁다.

육(6, 여섯)거리에는 청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재래시장이 있다. 오래 전부터 전통시장으로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시골장터 사람들의 모습을 닮은 길거리시장이다. 길거리좌판에 물건을 놓고 사고파는 거리의 가게다. 길 따라 길게 늘어선 노점상의 행렬이 재래시장의 진풍경이다. 그곳에 가 보면 의외로 길거리노점상인 중에는 노령(老齡)의 여인(할머니)네들이 많다. 그들을 보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고달프게 살아왔던 지난날 삶의 애환이 뒤엉켜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고통과 희생을 감내하며 가족의 안위(安危)를 걱정하는 여인네들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매연과 소음에 시달리는 길거리 노점에는 예전이나 요즘에도 칸막이는 물론 지붕도 없다. 한나절 내내 사람들로 북적댄다. 노점상에서의 물건 값은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입으로 정해진다. 입이 바코드(bar code)이다. 물건 값 때문에 다투는 일은 없다.

걷기 좋은 봄(春)날이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길거리 가장자리, 햇볕도 들지 않는 메마른 땅에 피어난 작은 꽃이 눈에 밟힌다.

아주 작은 꽃이기에 허리를 굽히지 않고는 볼 수 없는 꽃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수줍어하는 하늘의 별(star)을 닮은 아기 별꽃이다.

가장 작은 것이 커다란 아름다움을 줄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언제든 어디에서든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사람들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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