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영원히 언론의 주체다
신문은 영원히 언론의 주체다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3.08.0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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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워싱턴포스트가 아마존 닷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에게 팔린 것은 우선 그 상징성에서부터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136년 역사의 종이신문, 그것도 세계 최고의 유력일간지가 경영난을 이유로 고작 19년 역사의 IT업체에 먹힌 꼴이 됐으니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당장 종이 신문의 시대는 저물었다는 진단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 술 더 떠 종이신문이 과연 IT의 아마존 밀림에서 살아날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불거졌다.

사실 종이신문의 위기론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80년대 초부터 사회적 화두로 대두됐고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부터는 종이신문에 대해 아예 사망선고까지 내려졌었다. 그런데 신문은 지금까지 끄떡없이 생존해 왔고 바로 엊그제, 인터넷의 세계적 천재라는 베조스마저 종이신문을 넘보는 지경이 됐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신문산업은 현재 심각한 위기라는 것이고, 이번 아마존닷컴의 워싱턴포스트 인수는 지금까지 와는 다른 전례없는 미디어 실험, 다시 말해 종이신문이 IT의 밀림 속에서 새로운 지평선을 찾을 수 있을 지를 가늠하는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1994년 인터넷 서점으로 창업한 아마존닷컴의 성공신화는 ‘고객성향 분석 및 최적화’라는 베조스의 경영기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무작위가 아닌, 고객 한명 한명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관리하는 기법으로 책을 넘어 전자제품, 의류까지 소매판매의 전분야로 업역을 넓히며 세계 최대의 인터넷 쇼핑몰로 성장한 것이다.

그러기에 향후 워싱턴포스트가 추구할 종이신문의 새로운 실험을 여기에 근거해 유추할 필요가 있는데 그 일단의 조짐이 워싱턴포스트 직원들에게 보냈다는 베조스의 이메일에서 확인된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에게 실험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우리의 기준은 독자가 될 것이다. 그들이 관심을 갖는 걸 이해하고 거기서 되짚어가며 작업을 해야 한다….”

이를 곰곰 생각해 보면 베조스는 이미 사회 각 분야별 독자층, 혹은 독자 개개인의 욕구와 시선에 주목하는 맞춤형 종이신문을 만들기로 마음을 굳힌 듯한 느낌이다. 이럴 경우 언론 본연의 책무라고 하는 ‘감시와 비판’은 과연 어떻게 표현되고 또 수행될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이번 워싱턴포스트의 매각과정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하나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원래 가치는 바꿀 필요가 없다”는 베조스의 약속이다. 이는, 1971년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을 다룬 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를 폭로하고 그 이듬해엔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전통언론의 정신, 그 콘텐츠 만큼은 중시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진다.

사실 워싱턴포스트는 정치와 정책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론지로 인정받았고 그 내공을 한국과도 늘 공유하려 애썼다. 일본의 독도망언이 계속되자 기자를 직접 독도로 파견시켜 “한국의 독도는 민족자존심의 전초기지”라는 르포기사를 1면 톱으로 실었는가 하면, 최근의 국정원 사태를 맞이해선 “한국의 정보기관은 정치적 선동꾼이 됐다”고 질타했다.

이런 것이 언론의 본분이고 종이 신문의 생명력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지역신문으로 대표되는 언론사 30여곳을 인수하면서 내세운 명분 역시 종이신문만이 가진 절대적 영속성이다. 그는 “인터넷과 TV가 아무리 발달해도 신문의 콘텐츠 전달력과 깊이는 결코 따라가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속보성은 인터넷에 뒤지지만, 대신 신문은 호흡이 긴 기사를 통해 사람들의 깊이 있는 사유(思惟)를 이끌어내고 이것으로 사회를 리드한다. 대중을 사로잡는 데는 방송이 앞서지만 이것의 단초를 제공하는 아젠다 셋팅은 신문을 따라갈 수 없다. 논평과 심?劇?脩榮� 물론이고 신문의 가십 한 줄이 사회를 요동치게 하고 국가를 긴장시킨다.

지금 자라나는 세대들이 신문을 멀리한다고 걱정이지만 어차피 이들도 나이가 들면 저절로 신문을 찾게 된다.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닌, 글을 읽는 다는 건 곧 인간의 내적 성장과 성숙을 의미한다. 신문의 존재 이유, 그리고 그 존재의 가치는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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