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라 그러면 넓은 세상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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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1.02.25 0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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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말라야 추억만들기

 

 

여행 통해 대화공간 생성·어려움 극복하는 힘 얻어

"여행은 그대에게 적어도 세 가지의 유익함을 가져다 줄 것이다. 첫째는 타향에 대한 지식이고, 둘째는 고향에 대한 애착이며, 셋째는 그대 자신에 대한 발견이다"라고 명상가 브하그완은 말했다.

박연수 대표(48·청주지역공동체 시민센터 대표)는 지난달 7일부터 18일까지 11박12일 일정으로 히말라야 피케이피크 등정에 나섰다. 부인 한은순씨(44·음성 대소중 교사)와 딸 윤지(14·남성중 입학예정), 아들 형빈(8·남성초 1)과 함께 히말라야로 떠난 가족여행. 오지 체험단 13명에 합류한 이번 여행을 위해 이들은 3년 전부터 매달 20만원씩 적금을 부었다. 누구나 희망하지만, 누구나 오를 수 없는 이 가족이 히말라야로 떠난 이유는 뭘까

박 대표는 "부모는 자식을 지원하는 도구로, 아이는 부모의 지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가족공동체 해체 등의 문제가 생겼다"며 "여행을 통해 가족의 대화공간을 만들고,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힘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족 모두가 히말라야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지는 3년 전 아빠와 함께, 은순씨는 2005~2007년까지 3년간 남편 따라 히말라야를 올랐다. 어린 형빈이는 "나도 가족인데 왜 나만 안 데려가냐"며 동참을 선언, 이번 여행이 추진됐다.

목적지는 해발 4068m 네팔 피케이피크. 인천공항에서 하루 걸려 도착한 네팔 카투만두 트리뷰 공항에서 일주일을 트레킹 하는 강행군 코스. 게다가 해발 2500m부터 나타난다는 고소증까지. 걷고 또 걷고, 앞뒤가 모두 거대한 산밖에 보이지 않는 여행에서 박 대표는 자녀들에게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인생을 개척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고 싶었다. 트레킹 일주일 만에 도착한 피케이피크 정상에서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는 윤지와 "내가 해냈지"라고 외치는 아들을 보며 박 대표는 "큰 집, 큰 자동차보다 값진 유산을 물려줬구나"라는 보람을 느꼈다.

박 대표는, 여행의 가치를 가족과 아이들을 통해 깨닫는다. 3년 전 윤지는 말도 없고, 소극적이며, 책만 읽는 아이로 친구도 없었다. 그해 1월 히말라야를 다녀온 후 윤지는 부회장 출마를 선언했다. "왜 출마하냐"는 박 대표의 질문에 윤지는 "회장에 출마하려고"선답을 줬다. 회장 선거에서 떨어졌지만 이후 윤지는 "과학학원을 다니겠다. 영재시험을 보겠다"며 적극적인 아이로 변했다.

박 대표는 "영어 단어 하나, 수학공식 하나 더 아는 것보다 자녀들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물려주는 게 중요하다"며 "여행을 통해 큰 세상을 보여주고, 정신적 재산을 물려주는 것만큼 값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 윤지의 일기장
1월 14일

드디어 피케이 피크로 가는 날. 아침부터 바람은 한국에서 말하는 소위 칼바람이 불고 있다. 태양만 보면 따뜻해 보이나 바람소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한 발자국, 한 걸음, 한 걸음.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몸이 옆으로 쏠려갔다. 마치 바람에 밀려나는 양. 힘든 한 걸음, 한 걸음을 떼었다. 드디어 도착한 정상. 피케이 피크. 저 너머로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가 보인다.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순수하고 깨끗한. 그만큼 험하고 높은 하늘을 찌르는 세계 최고봉. 8848m 마운틴 에베레스트. 저 너머에는 아직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바다만큼 신비로운 미지의 땅들이 많을 것이다.

시릴 정도로 하얀 설산의 향연들. 그렇게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중심으로, 로체, 로체샤르 등 웅장한 광경과 엄청난 높이를 자랑하는 8000m급 고산들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하나의 커튼처럼, 내 눈앞에 스치고 지나갔다. 저런 자연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을 때 더욱 순수하고, 아름답고, 또한 신비로워 보인다. 에베레스트 산이 신비로워 보이는 이유도 사람의 손길이 거의 스치지 않았기 때문일까. 웅장하고 장엄한 대자연 속에서. 나는 하나의 나그네가 되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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