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와 같은 행복
꽃씨와 같은 행복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1.1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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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목련
반숭례 <수필가>
"노숙자하면 왜 반숙자가 생각날까!"

십여 년 전 TV에서 노숙자를 집중 취재한 프로를 시청하는 아빠 옆에서 놀던 초등학생이었던 조카가 무심히 던진 한마디다.

조카에게는 여섯 명의 고모가 있다. 많은 형제 중에 아빠가 막내이며 집안 행사에 가서 친척을 만나게 되어도 아이들은 어른에 대한 관심이 적어 가까이 사는 반숭례만 고모라고 생각해 왔다.

노숙자와 반숙자를 연상시킨 조카는 항상 부모로부터 반숙자라는 이름을 들어왔기에 노숙자라는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 잠재해 있던 이름이 떠오른 것이다. 아빠가 반숙자는 아빠의 누나인 동시에 혁이의 둘째 고모이며 수필을 잘 쓰시는 유명한 분이라고 말해 주니까 '반숭례보다 더 유명해' 하고 묻더란다. 그래서 책장에 꽃혀 있는 둘째 고모가 쓴 여러 권의 수필집을 꺼내 보여주고 반숭례는 집에서만 알아주는 사람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후 첫째 고모부터 막내수녀 고모이름까지 외우고 노숙자를 통해 둘째고모 반숙자는 마음 안에 깊게 자리 잡아 친구들에게 뽑낼 만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여행을 떠나고 싶으면 나무 위를 날아다니는 다람쥐가 왜 부러울까!" 나와 함께 산에 가서 청설모를 보고 하던 조카 말이다.

자연 속에 사물 하나를 보고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조카는 호기심과 물음표가 많았다. 지금도 책상 앞에 앉아 수학문제를 골똘히 푸는 모습보단 시간과 틈만 있으면 가방에 시집이나 소설책 한 권을 넣고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가 있는 고장이나 산천이 아름다운 곳으로 훌쩍 떠났다가 돌아온다.

청소년시기를 거치는 조카의 일생을 펴 놓고 보면 책도 많이 읽어야 하고 앞으로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목표를 세워야 하는데 저희들 말로는 배낭여행이지만 세상구경을 더 좋아하는 아이를 바라만 볼 수 없는 현실이 속상하다. 자유스러운 행동에서 세상의 모든 것을 마음 안에 담아 자기 자신의 가치관을 만들며 살아가려하는 조카를 보면서 '문명국가의 아이들은 책을 갖고 법률가나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하듯 공부하지만 인디언들은 자연속의 여러 가지 행동 방식들을 통해 배우고 익히며 용기 있는 인간이 되기를 희망하고 자녀들을 키우고 있다'는 류시화 시인이 쓴 인디언 이야기가 떠올랐다.

요즘 청소년들은 어떤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고 어떻게 해야 부모들 기대치에 어긋나지 않는 사람이 되는가를 잘 알고 있다. 또한 부모는 다 큰 자식보고 어떠한 사람이 되라는 막연한 훈계는 이제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시를 쓰고 싶은 것은 집안의 내력이고, 여행을 하며 넓은 세상에서 느껴보는 행복은 꽃씨를 뿌리는 것과 같다는 멋있는 말까지 할 줄 안다. 행복은 꽃씨와 같다는 말에는 동감을 한다. 마음속에 뿌린 꽃씨가 발아하여 꽃을 피우고 작은 것에도 만족하며 살다가 맑은 세상 안에 내가 내안으로 깨끗하게 정화시키며 살아가는 삶. 어른이 되어서까지 이런 꿈을 꾸며 살아가고픈 조카의 꿈이다.

자연은 인간의 삶을 비춰주는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찾는 끝없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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