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국인 안중근
대한국인 안중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0.2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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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강대헌<충북인터넷고교사>
백 년 전 오늘 1909년 10월 26일, 한국의병 참모중장 안중근은 중국 만주의 하얼빈 역에서 일본의 원로 정치가 이토 히로부미에게 총탄을 날려 일인독립전쟁을 거뜬하게 수행했다.

나는 안중근을 대하면서 여러 번 놀랐다. 첫째, 나는 안중근의 충천한 기개에 놀랐다. 그가 이토를 처단하기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면서 지은 '장부가'를 들어보라.

"장부가 세상에 처함이여 그 뜻이 크도다/때가 영웅을 만들고 영웅이 때를 만드는구나/천하를 굽어보니 어느 날에 뜻을 이루고/동풍이 점점 차가우나 장사의 뜻이 뜨겁다/분함은 한 번 갔으니 반드시 목적을 이루리로다/쥐도적 이토여 어찌 목숨을 비길고/어찌 이에 이를 줄을 헤아렸으리오 모든 일은 본디부터 그러하도다/동포 동포여 속히 큰 뜻을 이룰지어다/만세 만세여 대한 독립이로다/만세 만세여 대한 동포로다."

그 어떤 두려움도 없었다. 혹여나 하는 망설임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두 발로 당당히 걸어가서 뜻을 이루었다. 체포되기 직전에도 그가 외친 말은 오롯이 '대한만세'였고, 그때 그의 나이는 불과 30세였다.

둘째, 나는 안중근의 언행일치에 놀랐다. 이익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바쳐라는 뜻을 지닌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이란 그의 유묵을 대할 때면, 그의 조국에 대한 절대적 헌신이 자연스럽게 오버랩 된다. 이러한 그의 실천적 행동에 더할 것이 더 이상 무엇이 있겠는가. 한 번 더 살펴 볼 것이 있다. 논어의 헌문편에서 인용된 그의 말에는 '구요불망 평생지언(久要不忘 平生之言)', 오래된 약속일지라도 전날의 자기 말을 잊지 않고 늘 기억한다는 말이 뒤따르고 있다. 마치 그의 정직한 그림자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셋째, 나는 안중근의 미래를 예견한 듯한 교육사상에 놀랐다. 현대는 이미 지식혁명의 몸살을 앓고 있다. 나노 단위를 논하면서 홍수처럼 생산되는 엄청난 정보량을 어떻게 여과해서 체계적으로 집적하느냐를 고민하며 냉정하기 짝이 없는 디지털 전쟁으로 촌각을 다툰다.

그는 "일일독서천재보 백년탐물일조진(一日讀書千載寶 百年貪物一朝塵), 하루의 독서는 천년의 보배요 백년간 물질만 탐하는 것은 하루아침의 티끌과 같다"는 선철들의 글귀를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로 압축해서, 어떤 환경의 변화에도 요동치 않는 참된 지식의 알맹이를 독서를 통해 다질 것을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삼흥학교를 설립하고, 돈의학교를 인수해 교육운동을 전개한 한말의 교육가이기도 했다.

당신은 대한국인 안중근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그의 가지런한 콧수염이 그려질 수도 있다. 아니면 그의 단지가 선명한 장인이 생각날 수도 있다. 나는 이국의 동토 뤼순 감옥에서 그가 남겼다는 오언절구의 자음 중에 "사아복중시(寫我腹中詩), 내 마음속의 시를 쓴다"는 대목이 자꾸 눈에 밟힌다. 그가 마음속에 썼다는 시를 직접 보고 싶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영원한 열혈청년으로 살아 있는 의병장 안중근의 이런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들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연연세세화상이세세연연인부동(年年歲歲花相以歲歲年年人不同), 해마다 계절 따라 같은 꽃이 피건만 해마다 사람들은 같지 않고 변한다" 그래, 더 이상은 변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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