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겨울 준비
나무의 겨울 준비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0.21 2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김종원 <청주교대 부설초 교사>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지고 찬바람이 부는 걸 보니 이제 본격적으로 겨울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여름옷을 정리하며 겨울옷을 꺼내는 것으로 사람들의 겨울 준비는 시작된다. 그런데 가을에는 사람들뿐 아니라 나무들도 옷을 갈아입는다. 바로 단풍과 낙엽이 그것이다.

단풍은 식물의 잎에서 생리적 변화가 일어나 초록색이던 잎의 색깔이 적색, 황색, 갈색 등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본래 나뭇잎에는 색깔을 나타내는 색소가 70여 가지나 들어 있다. 이들 중 엽록소는 녹색, 카로티노이드는 노란색, 안토시아닌은 빨간색을 띤다. 나무의 생장이 활발한 여름철에는 엽록소가 많아 잎이 녹색을 띠게 된다. 그러다 가을철이 되면 엽록소가 분해되기 시작하면서 녹색에 가려져 있던 다른 색소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노랗게 변하는 은행잎이나 빨갛게 변하는 단풍나무의 잎뿐 아니라 황갈색으로 변하는 보통의 나뭇잎도 모두 단풍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가을에만 나뭇잎에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일까

가을이 되어 기온이 뚝 떨어질 때 나무에게 가장 먼저 일어나는 변화는 더 이상 충분한 광합성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광합성을 못하면 나무는 잎에서 양분을 얻을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나뭇잎이 양분을 소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나뭇잎들은 영양분을 나누어 주어야 할 버거운 존재로 변한다. 여름철 나무가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준 나뭇잎들이 가을이 되면 부담스러운 짐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나무는 줄기와 잎자루 사이에 코르크층을 만들어 양분이 통하는 길을 막는다. 그렇게 되면 나뭇잎은 더 이상 엽록소를 만들 수 없게 되고, 그나마 남아 있던 엽록소도 햇볕에 파괴되면서 줄어든다. 그러면 나뭇잎 속에서 제 모습을 나타내지 못하던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잎의 색깔이 변한다. 또한 미처 나무로 옮겨지지 못한 나뭇잎 세포 속의 당분은 산화해서 다른 성분으로 변하는데, 이것이 또 다른 색소인 안토시아닌과 결합해서 단풍의 색을 더욱 붉고 짙게 만든다.

지금 설악산은 단풍의 절정기라고 한다. 이제 곧 우리가 사는 충청 지역도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들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가을의 막바지 정취가 가득한 산으로 단풍놀이를 떠나보면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