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옥형, 대원들좀 빨리 보내 주세요"
"현옥형, 대원들좀 빨리 보내 주세요"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9.2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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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수원정대장 지현옥 추모탑 찾아
"여신인 형이 보호해 달라" 대성통곡

"현옥이 형, 준영이와 종성이 좀 빨리 보내주세요."

지난 28일 오후 3시쯤(한국시간 5시 15분) 직지원정대 사고대책반 2차 무선 교신이 히운출리 베이스캠프(4200m)로 날아들었다. 박연수 직지원정대장은 히운출리 베이스캠프에서 사고대책반의 2차 무선교신 수색 결과에 눈물 먼저 쏟아냈다. 사고대책반의 무선 내용은 민준영 등반대장과 박종성 대원이 히운출리 북벽 정상 공격 후 남동릉쪽으로 향한 것 같다는 교신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준영이하고 종성이가 어떤 놈들인데…"

박 대장은 그자리에 주저 않았다. 박 대장은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2차 무선 교신에 다리에 힘도 풀렸겠지만 한국에서 다친 무릎이 펴지질 않았기 때문이다.

박 대장은 베이스캠프에 남아있던 윤해원 대원을 불러 세웠다.

박 대장은 "빨리 '주과포혜'를 챙겨 지현옥 추모탑으로 가자"며 윤 대원을 재촉했다.

박 대장은 성하지 않던 다리를 절둑거리며 윤 대원과 함께 '주과포혜'를 챙겨들고 추모탑으로 향했다.

충북 서원대학교 출신인 지현옥 추모탑으로 향한 박 대장은 정성스럽게 술을 올린 후 "현옥이 형, 우리 대원들 빨리 보내주세요"라며 크게 울었다.

박 대장의 눈물은 이미 마른 지 오래다.

박 대장은 "현옥이 형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여신으로 남아 있다"며 "풍요의 여신인 현옥이 형이 꼭 준영이와 종성이를 보살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박 대장은 지현옥 산악인과 이 자리에서 10년만에 소주를 함께 나눴다.

"우리 대원들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냐? 식량도 떨어져 배고플 텐데 도대체 어디에서 돌아오지 않느냐."

히말라야에 묻힌 지현옥을 향한 박 대장의 통곡은 설산의 메아리로 돌아오곤 했다.

충북 출신으로 한국 여성 산악계 거장이었던 지현옥 산악인은 지난 88년 여성 원정대를 이끌고 북미 최고봉 매킨리를 등정했다. 지난 93년에는 한국 여성 최초로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를 정복한 데 이어 지난 97년 세계 최초로 파키스탄 히말라야 가셔르롬 2봉(8035m)을 무산소 단독 등정했다. 그러나 지난 99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8091m) 등정 후 하산길에 실종됐다. 지현옥 추모탑은 히말라야 히운출리 베이스캠프에서 약 20분가량 떨어져 있다.

<히말라야 히운출리 베이스캠프 손근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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