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이는 청혼
속보이는 청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4.21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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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강태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남녀가 사랑을 하게 되면 상대의 모든 것이 다 아름답고 좋게만 보인다고 하지요. 그래서 하는 말이 사랑에 빠졌다거나 눈이 멀었다느니 아예 미쳐버렸다고까지 합니다. 그런 사랑이 혼인으로 이어져 하나의 가정을 이루는 것이지요. 청주시가 청원군에 청혼을 한지 꽤 오래됐습니다. 번번히 거절을 당해 왔지만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을 믿고, 세번째 청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의 아버지는 저쪽 가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막무가내 반대입니다. 하여 주변에서들 정혼 전에라도 뭔가 성의표시를 좀 해보면 좋겠다. 이쪽 집안사람들이 환영할 만한 것을 궁리해 중매쟁이를 보냈다지요.

다들 한 동네에 살면서 그만한 것쯤이야 당연하다는 반응이어서 금방 성사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알뜰살뜰 살림 챙기기로 소문 난 그 집 안쪽에서는 혼인법이 바뀐다니 그걸 봐 가면서 하자며 보류 조치를 해 버렸습니다. 법이 안 바뀌면 혼인이 안될 수도 있는데, 자칫 손해만 보는 것 아니냐는 셈법에서 나온 것이지요.

아, 일이 이렇게 꼬여 돌아가자 동네가 시끌벅적해졌습니다. 우선 진정성이 없다. 진정 사랑한다면 못 줄게 무엇이냐, 사랑이란 무조건 주는 것이라는데, 그럴 수가 있느냐. 사랑하기 때문에 혼인하자는 게 아니라 정략적인 속셈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청원·청주 통합 군민추진위원회'가 정혼 전에 성의를 표시해 달라고 내놓은 것은 화장장 사용요금, 시내버스요금을 청주시민과 동일하게 적용해 주고, 청원군에서 생산한 농축산물도 학교급식 식재료로 사용해 달라는 것, 그리고 청원군 지역에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세워달라는 등 4개항의 선행조치 요구입니다.

이에 대해 청주시측은 청원군민도 청주시민과 동등한 사용료를 적용할 수 있도록 '청주시목련공원관리조례'를 개정하고, 시내버스 동일요금 적용은 통합 성사 후 2010년 1월에 시행 예정이며 '청주시학교급식지원조례'제3조 1항 '우리지역'을 '청주·청원'으로 개정하여 청원군지역에서 생산된 농축산물도 사용토록 할 것, 그리고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청주·청원 통합 후 청원지역으로 이전하거나 제2도매시장 건립을 검토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화장장 사용요금에 대하여는 대부분 청주시민들도 공감하는 것으로서 시의원 26명 중 21명이 서명하여 조례개정안을 상정하기로 했는데, 일부 의원들의 신중론이 대두되면서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노영민 국회의원이 발의한 '기초단체간 자율적 통합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처리되는 것을 봐 가면서 조례개정을 하자는 겁니다. 만약 통합촉진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통합이 사실상 어렵게 되므로 보류하자는 것이지요. 일면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청혼을 한 마당에 그까짓 조그만 실리까지 다 따지자면 혼인이 성사되겠느냐는 것입니다. 본래 청주·청원이 하나였다면 통합을 요구하는 청주시측이 통합여부 이전에 먼저 양보와 포용의 아량을 보여야 되지 않겠는지요. 과거 청원군 가덕공원묘지를 만들었을 때, 청주시민들이 모두 다 이용하지 않았습니까. 이제 청주시가 자체적으로 목련공원묘지와 화장장을 만들었으면 청원군민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요.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혼인의 성사여부를 계산하기 전에 먼저 베풀고 배려하고 아낌없이 주는 진심어린 애정을 보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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