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키코 피해지원 불구 中企 '냉랭'
정부 키코 피해지원 불구 中企 '냉랭'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8.10.02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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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전환해줄 경우 부채 증가시키는 꼴
정부가 통화 관련 파생상품 키코(KIKO)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지만 해당 중소기업들의 반응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 된다며 냉담하다.

특히 피해액을 대출로 전환해 줄 경우 결국 부채만 증가시키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정부 대책 마련 분주

한나라당과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금융위원회, 중소기업청 등은 1일 당정협의를 갖고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는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엔 4조3000억원의 정책 자금 투입, 신용보증기관의 특별 보증 등이 포함돼 있다.

키코상품을 판매한 은행 역시 대안 마련에 분주하다. 은행은 키코로 인한 손실액을 대출로 전환해주는 등의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키코 계약의 만기를 늘려주는 것도 대책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해당 중소기업은 이 같은 정책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 지역 업체 반응

키코에 가입한 한 중소기업 재무팀 A씨는 "결국 정부는 키코로 인한 손실을 다 갚으란 소리 아니냐"며 "이번 손실을 무효화하지 않는 이상 우리 입장에서는 불만이 남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키코 손실을 대출로 전환한 뒤 부실대출로 무효화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키코 손실을 남겨두는 이상 중소기업은 상당히 오랜 기간 경영에 발목이 잡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충북본부 이충묵 부장은 "정부가 대안 마련에 고심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직접적인 지원이 없다는 점에 대해선 아쉽다"고 말했다.

◇ 지역 키코피해 얼마나 큰가

일단 공시를 통해 나타난 충북지역 키코 피해기업은 청주산단의 심텍과 진천 소재 백산이피씨이다. 충북지역 대표적인 코스닥 등록기업들이다. 심텍은 인쇄회로기판 전문기업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탄탄한 성장을 해왔고 백산오피씨는 2003년 벤처기업대상 대통령상을 수상, 2004년 대한민국 코스닥대상, 지역혁신 선도기업 대통령상에 이어 충북도 중소기업대상을 받았다. 충북 간판기업들이라 충격은 더욱 크다.

이들 기업 이외에 4∼5개 기업이 더 가입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수한 기술력을 통해 지역 산업을 주도했던 기업들의 피해라서 파장이 크다.

지역내 상장기업의 B씨는 "키코로 인해 순손실액이 커지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이로 인해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며 "우리가 가장 무서운 것은 이런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재 키코에 가입해서 피해를 입고 있는 중소기업 수는 금융감독원 공식 집계로 전국 519개사에 이른다. 최근 현대선물이 산출한 키코손실(행사가격 원화 980원, 기준가격 1150원일 때)은 1조6379억원이다. 하지만 이같은 피해규모는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다. 상장기업들은 공시요구가 들어오면 계약사실을 공개해야 하지만 구체적인 가격범위나 계약기간을 발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 키코란(KIKO, KnockIn KnockOut)

수출기업들이 환율 변동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가입하는 통화옵션상품. 환율 범위를 정해놓고 그 사이에서 움직일 경우에는 유리한 가격에 달러를 팔수있는 반면 환율이 하단을 한번이라도 뚫고 내려가면 계약이 무효화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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