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또 사과'…경찰수장 '굴욕'에 일선 경찰 '착잡'
'사과 또 사과'…경찰수장 '굴욕'에 일선 경찰 '착잡'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11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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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이 풍전등화 신세에 놓이면서 일선 경찰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9일 국무회의를 통해 종교편향 논란과 관련 불교계에 '유감'을 표명하며 어 청장에게 불교계에 사과할 것을 공개 지시한 후 어 청장이 불교계 대표들을 찾아가 사과를 시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어 청장은 10일 불교 대표자 간담회가 열린 대구 동화사까지 찾아가 사과의 뜻을 전달하려고 시도했지만, 승려 및 신도들과 멱살다툼 끝에 문전박대를 당했다.

불교계는 '어청수 청장의 사퇴'를 종교편향 논란사태 해결을 위한 핵심 조건으로 요구하며 공직자 종교편향 근절 입법조치와 시국관련 국민대화합 조치 등 3대 요구를 추석 전까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지역별 범불교도 대회를 열겠다며 강도 높은 압력을 넣고 있다.

또 어 청장의 사과 시도에 대해서도 "예의 범절도 없는 행동"이라고 깎아내리며 어 청장의 사퇴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송안식 상임위원장은 11일 조계사 불교협회박물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어청수 경찰청장이 불시에 와서 사과를 하겠다고 한 것은 예의 범절에 어긋난다"며 "대한민국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총수가 그런 원칙없는 행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이날 "어청수 청장의 막무가내기식 버티기가 오히려 15만 후배 경찰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체면을 구기고 있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같이 경찰수장이 '종교 편향 논란'의 한 가운데 놓여 사퇴압력을 받는 것에 대해 일선 경찰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경찰청장으로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인 만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동정표를 던지면서도 어 청장의 거듭된 사과에 대해서는 "자존심 상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앞서 어 청장은 지난 9일 오후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경찰조직을 책임지는 청장으로서 사퇴요구를 받게 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또 그는 범불교대회를 앞둔 지난달 14일 불교계 300여명의 스님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그간의 경찰의 잘못은 모두가 이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제 부덕의 소치"라며 "큰 걱정과 염려를 끼친데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어 청장은 자신에 대한 사퇴 압력이 거세지자 민주당과 한나라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을 찾아 면담을 요청했다가 거절 당하기를 반복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사과는 잘못했을 때나 하는 것"이라며 "차라리 어 청장이 '잘못한게 없다'며 사표를 제출하는 편이 더 보기에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사 검문은 불교계 고위 인사에 대한 예의에는 엇긋나지만 법과 규정에 따른 것이고, 경찰 복음화 포스터 역시 참여정부 때부터 이어져온 관행이라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구 동화사 사건에 대해 "솔직히 창피하고 자존심 상한다"면서도 "사퇴를 해야 할 명분도 이유도 없기 때문에 지금 사퇴하는 것은 경찰 사기에 더욱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도 "대통령이 사과하라고 하는데 불교계에 사과는 해야하지 않느냐"면서 "정당한 공무집행을 한 것을 빌미로 청장이 사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2006년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경찰의 농민집회 과잉진압으로 농민 한 명이 사망한 책임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역대 경찰청장 가운데 임기를 채운 경찰청장이 드문 것도 한 몫을 하고있다.

경찰 관계자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경찰청장이 책임을 지면 경찰 사기는 어떻게 되느냐"면서 "경찰이 항상 정치적으로 희생돼왔는데 이번에는 그래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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