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 문백전선 이상있다
224.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2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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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539>
글 리징 이 상 훈

염치 대신은 수신 왕비에게 더 큰 신임을 얻게 되고…

염치 아내가 여기저기 꾸려놓았던 짐들 때문에 집안 분위기는 다소 어수선해 보이긴 했지만 그러나 일단 안방에 들어오자 수신 왕비와 염치 부부 사이에는 마치 친부모와 딸자식 같은 훈훈한 정이 마냥 감돌았다. 게다가 수신 왕비가 궁 안에서 정성껏 만들어갖고 온 갖가지 종류의 순대를 맛보게 되니 염치 부부에게는 복(福)에 복이 곱빼기로 더해지는 기분이었다. 염치는 유난히도 통통하게 살이 찐 성남 왕자를 눈앞에서 보고나니 마음이 몹시 착잡해졌다. 사실 어린 통돼지 같이 생겨먹은 이 아이로 말하자면 염치 자신이 아우내 왕 몰래 수신의 몸 안에 뿌려놓았던 씨가 절로 결실을 맺어 나온 것이 아니런가

아, 참! 그러고 보니 천하에 잘 생겼다는 소문이 자자한 목천 장수의 큰 아들도 실은 나 염치의 자식이로구나!

인간으로서 몹시 염치없는 짓이긴 하다만 그러나 이것은 염치 자신이 무슨 더러운 흉계를 꾸며가지고 벌였던 일이 아니오, 그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상황이었으니 염치 자신으로서는 크게 부끄러워하거나 민망스러워할 일도 아닌 듯 싶다.

수신 왕비는 아들 성남과 더불어 염치의 집에서 한참 즐겁게 놀고 떠들다가 밤이 이슥해져서야 일어나 기분 좋게 궁으로 되돌아갔다.

어쨌든 이런 일을 계기로 하여 염치 대신은 수신 왕비에게 더욱더 큰 신임을 얻어 봉록이 크게 오르게 되었고, 그 반면 입장이 몹시 난처해진 자들이 있게 되었으니 이들은 즉, 매성 대신과 평기 대신을 비롯한 병천국 토박이 출신 관리들이었다.

왜냐하면 이들이 계획하고 원했던 바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매듭지어진 셈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고해서 그들이 그냥 곱게 포기를 하고 물러갈까

매성 대신은 적당한 날을 잡아, 자기 친구 평기 대신을 비롯하여 봉항, 용두, 가암 등등을 자기 집 저녁 식사에 초대를 했다. 표면상으로야 함께 식사를 하자는 것이었지만 그러나 실제로는 염치가 수신 왕비의 신임을 전보다 더 많이 받게 된 점에 대한 대응책을 함께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어머! 우리 집에 오신 손님들 가운데 평기 대신이 있다고 흥! 요 놈 마침 잘 와주었다. 일전에 우리 신랑(매성)이 너의 집에 놀러갔다가 쥐방울만한 네놈의 여편네 때문에 봉변을 크게 당했었지 너 이제 나한테 한 번 당해봐라!'

매성의 처 '배방'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자기 집에 온 평기 대신에게 골탕 먹일 일을 당장 꾸미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대체 매성 대신이 평기 대신의 집에 가서 무슨 봉변을 당했었다는 건가 그 사건의 전말을 알아보면 대강 이렇다. 평기 대신의 집에 놀러간 자기 남편 매성에게 평기의 처가 식사를 대접해 준답시고 뜨거운 국을 쟁반에 받쳐가지고 들어갔다가 그만 실수로 발을 잘못 디뎌 매성의 두 허벅지 사이에 들이 붓고 말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때 매성 대신이 차가워진 날씨 탓으로 두꺼운 바지를 입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까딱했으면 남자의 어느 연한 부분이 그대로 홀라당 익어버릴 뻔 했었다.

물론 평기 아내가 고의 아닌 실수를 했다며 사과를 했고 이를 인정받긴 했지만 그래도 실제 이해 당사자요 직접적인 피해자()라 할 수 있는 매성의 처 배방은 아주 크게 노했다.

'날벼락 맞아 뒈질 년이 있나 왜 멀쩡한 남의 신랑 거기 위에 뜨거운 국물을 쏟고 난리야 까딱했으면 내 남편 그것이 완전히 망가져서 내가 한평생 생과부처럼 살아갈 뻔 했잖아 으으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그 쪼그만 년이 나 배방이를 골탕 먹이고자 일부러 꾸민 흉계 같아! 흥! 두고 보라지 나 배방이가 그런 걸 모른 척 눈감고 넘어갈 줄 알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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