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새해에는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1.30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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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목련
김 영 미 <수필가>

새해가 되어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집안 청소다.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찬 서랍을 정리하고 여기저기 적어 놓은 메모들을 노트 한 군데에 기록해놓았다. 내 게으름을 그대로 드러내는 부엌의 찌든 기름때를 힘주어 빡빡 닦고 먹다가 조금씩 남은 반찬을 과감하게 버렸다. 그렇게 냉장고를 비우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나니 왠지 모르게 홀가분하다.

하루의 계획은 아침에 있고 일 년의 계획은 봄에 있으며 평생의 계획은 젊을 때 있다는 공자의 가르침이 있다. 어제와 다름없는 해가 뜨고 지지만 새해가 되면 우리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기대와 희망으로 부푼 꿈을 꾼다. 올해는 거창하게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내 주변의 물건을 줄이고 과감히 버리는 것으로 한 해 내 자신을 채찍질할 셈이다.

새해에는 적게 느리게, 그리고 나누면서 사는 것이 내 목표다. 손이 크다고 가족들에게 구박을 받는다. '적게'는 그런 내 씀씀이를 줄이고 체중을 줄이기 위해 운동은 물론이고 먹는 것을 줄이는 것으로 첫 번째 목표를 정했다.

나날이 숨 가쁘게 살아야하는 날들이지만 조금 일찍 일어나고 약속시간보다 30분 먼저 준비해서 더 여유를 가지고 싶다. 늘 시간에 쫓기듯 살다 보니 운전할 때면 신호대기 앞에서 고무 공 튀듯 달리는 것이 버릇처럼 되었다. 내가 시간을 지배하는 것 '느리게'가 두 번째 바람이다.

'나누는 것'은 물질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나를 필요로 하는 이웃에게 봉사하고 내가 가진 것을 조금이나마 나누는 것이 세 번째 계획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받는 기쁨만 누렸다면 새해에는 주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도 느껴 보리라.

비우고 나면 공간이 많아진다. 헐렁해진 서랍이며 공간이 넓어진 냉장고를 바라보니 마음마저 다소 여유롭다. 그래서 넉넉해진 여백을 바라보는 내 자신이 흐뭇하다. 손도 비우고 마음도 비우면서 나를 위해 서보다는 남을 위해 좀 더 비우는 연습을 하면서 살고 싶다.

새해 첫 마음과 같은 출발이 있기에 또다시 새로운 희망도 있다. 좋은 뜻을 품으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거둔다는 신념으로 또 신선한 한 해를 만들고 싶다. 산다는 것은 정해 놓은 목표에 얼마나 빨리 도달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만큼 그 목표를 성취하느냐에 있으니까.

무사히 스무날 이상을 넘겼으니 작심삼일은 겨우 면했다. 얼마쯤 지나면 아마도 포기하고 싶어 질 줄도 모른다. 그러나 수없이 반복하다 보면 새해 첫날 먹은 마음으로 제 길로 가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리라. 음력이지만 다시 새해를 맞이한다. 작심삼일로 끝난 마음가짐이 있다면 새해 첫날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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