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에 촛불을 켜듯 금방 환해졌으면
어두운 방에 촛불을 켜듯 금방 환해졌으면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1.29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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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발언대
남 순 화 <청원교육청 상봉초등학교 교사>

그 아이는 1학년 입학식 날부터 그렇게 부산스러웠다. 입학식 도중에도 가만히 서 있질 않고 근처의 여자아이를 무지막지하게 두들겨 패는 바람에 얻어맞은 여자아이의 할아버지가 큰 소리로 항의를 하여 입학식이 지연될 정도였으니….

입학 후에도 혼자서 딴짓을 하거나 수업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왔다갔다 하며 괴성을 질러 담임교사인 나의 혼을 쏙 빼 놓는 것이 그 아이 하루의 일과였다.

집중을 못하는 탓에 학업 성적은 기대할 수도 없었고, 의도적으로 남을 괴롭히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산만하고 잘 싸우기 때문에 친구는 기대도 못했다.

물론 교사인 내게도 선생님이란 호칭은 없었다. 그 아이는 병원에서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도 언어치료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일주일에 한 번씩은 서울로 심리 치료를 받으러 다닌다고 했다. 혹시 특수학교로 보내라고 할까봐 아이의 상태를 말할 수가 없었다고 하며 아이의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

어느날 칠판 밑 벽에 온통 매직으로 낙서를 해 놓았다. 나는 철수세미로 중얼중얼 낮은 소리로 아이가 들리도록 불평을 하며 벽의 낙서를 지우고 그 아이가 좋아하는 빨간 색분필을 아이의 손에 쥐어주었다.

황당한 일은 내가 자기 머리를 100대 때렸다고 집에가서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나중에야 왜 그랬는지 알 수 있었다. 어느 날 같은 학년 회의를 하고 있는데 아이가 갑자기 유리창틀로 올라가더니 뛰어내린다고 했다. 놀란 나는 아이의 등을 밀며 빨리 뛰어내리라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아, 이거였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아이의 팔을 질질 끌고 1층으로 내려갔다.

거기에는 어제부터 급식소 보수공사를 하느라고 드릴과 정으로 교실의 벽을 헐고 있었다.

아이는 그 소리가 자신의 머리를 때리는 것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과정을 우여곡절 끝에 일반학교에서 마치고 중학교부터는 특수학교로 입학했다.

정신지체장애 자녀 1명을 양육하는 데는 일반 자녀 30명을 양육하는 것과 같은 힘이 들 정도라고 눈물로 쓴 수기를 읽은 적이 있다. 아니 그보다 더 큰 아픔과 인고의 세월을 평생 동안 견뎌야 하는 고통과 희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지역이 장애아를 둔 부모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훌륭한 장애인 정책과 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는 사회가 되는데 앞장섰으면 하는 바램으로 특수교과연구회에 참여하여 공부하고 있다.

현재 특수학교에서 고2 과정을 배우고 있는 그 아이가 어두운 방에 촛불을 켜면 금방 환해지는 것처럼 그렇게 어느 순간에 여느 아이처럼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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