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 관계복지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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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은희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 승인 2024.10.24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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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담

만나는 사람들을 피드백 색깔에 따라 분류하니 크게 세 가지 유형이다. 시종일관 부정적인 유형, 본인에게 편리할 때만 선택적으로 피드백하는 유형, 그리고 긍정과 부정이든 진심을 담아 피드백하는 유형이다. 만나면 세 유형 모두 나를 돌아보게 하고 배움의 기회가 된다. 누구나 그러겠지만 나는 세 번째 유형을 가장 반긴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하는 유형은 먼저 말을 걸고 모나게 말을 한다. 이 유형은 늘 듣는 사람(聽者)의 상태와 역량을 고려하지 않는 화자(話者)이어서 조심성이 없다.

팩트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팩트라고 억지를 부려 청자(聽者)인 나는 화답을 주저한다. 화자(話者)인 그들에게는 말의 쉼표가 필요하고 나에게는 인내심이 더 필요하다.

피드백이 선택적인 유형은 전화를 해도 반가워하지 않고 부재중 전화가 찍혀도 답이 없으며 SNS로 연락을 해도 눈팅만 한다. 그러다 본인이 필요할 때 아주 최소한으로 선택적 반응을 한다.

무반응이 답답하지만 사회성이 낮다는 결론하에 그러려니 한다. 오랜 시간 교류해도 깊이는 얕고 관계는 건조하다. 부정적인 유형보다 더 어렵다.

피드백이 좋은 유형은 적당한 속도로 반응하고 그 반응에 진심이 담겨 있어 교류를 지속하게 한다. 지난주 이 유형의 사람들을 만났다. 서로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 1년에 두 번 만난다. 만날 때면 늘 하루나 이틀 밤을 함께 지낸다.

남루한 차림으로 나타나도 반갑게 맞아주고 숙소가 여의치 않으면 자신의 집을 기꺼이 내어준다. 어느 때부터인지 모르나 서로를 위해 영양제, 화장품 샘플, 직접 덖은 차, 쿠키 등 소박하기 그지없는 것들을 챙겨온다. 챙겨온 것을 나눌 때면 맛있다, 고맙다는 표현이 춤추고 새로운 인생 계획이나 실천에는 칭찬과 격려가 쏟아진다. 함께 만나는 빈도는 적으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늘 더 좋은 사람이 돼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불교의 가르침에 재물이 아니어도 타인에게 베풀 수 있는 7가지, 무재칠시(無財七施)가 있다. 부드러운 눈빛(眼施), 자비롭게 미소 띤 얼굴(和顔悅色施), 아름다운 말씨(言辭施), 친절한 행동(身施), 어진 마음(心施), 양보하는 자세(床座施), 잠잘 곳을 제공하는 배려(房舍施)이다. 내가 지난주 만난 사람들이 딱 그렇다. 사회복지를 하는 나의 입장에서 무재칠시(無財七施)는 사회복지서비스 그 자체이다. 나를 제외하고 사회복지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없었으나 그들은 일상의 관계에서 사회복지를 실천하고 있었다.

사회적,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을 복합적으로 겪는 취약계층도 있으나 물질의 풍요 속에서 SNS를 통해 행복한 순간과 네트워크를 자랑하지만 사회적으로 고립, 은둔, 소외 등이 자주 회자 되는 것은 진정한 관계의 빈곤, 질적 결핍을 경험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로운 섬처럼 존재하는 사람들에게 무재칠시(無財七施)는 서로를 연결하고, 세상을 향해 문을 열도록 하는 힘이다. 특히 언사시(言辭施)는 누구나 매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복지이다.

바람이 차갑다. 같은 바람도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듯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도 어디에 내려앉느냐에 따라 다른 의미로 전해질 것이다. 누군가의 가슴에 삶의 희망을 꽃피우는 말을 하자. 용기를 주는 말, 위로와 격려의 말, 응어리진 것을 풀어주는 말, 칭찬의 말, 진심 어린 신뢰의 말! 그것이 사람, 조직을 다시 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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