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재천(飛龍在天)
비룡재천(飛龍在天)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4.04.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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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국장(진천주재)
공진희 부국장(진천주재)

 

진천에 거대한 용(龍)이 살고 있다. 긴 잠에서 깨어난 이 용이 승천을 위한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용은 동아시아 설화에서 주로 뱀과 같은 몸에 새 같은 다리, 사슴의 뿔과 물고기의 비늘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상상의 동물이다. 순우리말로는 미르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용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풍토적 특성과 종교적 변이 때문에 성스러운 동물로 추앙받거나, 반대로 악의 화신이 되기도 한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군주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황제를 표시하는 용은 발톱이 5개(오조룡), 왕이나 황태자는 4개다.

우리 신화에서는 이무기가 도를 닦아 여의주를 획득하면 용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지네나 지렁이, 조개가 용이 되어 승천한다는 전설도 종종 있다. 혹은 지렁이를 토룡(土龍)으로, 큰 물고기나 잉어를 어룡(魚龍)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잉어가 오래 묵거나 용문을 오르면 용이 된다고 하는 전설이 있으며, 여기서 등용문의 고사가 나왔다.

용이 강우를 지배하는 수신으로 신앙되면서 많은 용신신앙이 발생해 용왕굿, 용신제, 용왕제 등이 일부 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다.

초평호 인근에도 용과 관련된 설화와 지명들이 많다.

농다리에서 초평호수로 이어지는 초롱길에 성황당이 있다. 초평호에 잠기기 전 이곳 화산리는 부자동네였지만 인심은 각박했다. 마을을 지나던 스님이 시주를 청했지만 계속해서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이를 괘씸하게 여긴 스님이 `앞산을 깎아 길을 내면 더 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헛말을 퍼뜨렸다. 스님이 마지막 집을 방문했을 때 그 집 주인은 이틀간 정성껏 스님을 모시고 베풀었다. 그러자 스님은 그 주인에게 한 달 내로 이곳을 떠나라고 했다. 스님의 혼잣말을 들은 동네 사람들은 더 큰 부자가 되기 위해 곡괭이질로 산을 파내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그곳에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마을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알고보니 이 일대는 용의 형상을 한 지형이었는데 곡괭이질 한 부분이 용의 허리부분이었다. 용의 허리가 끊겨 마을 수호신이 죽은 것이다. 후대 사람들은 이 언덕을 살고개라 부르고 이곳을 지날 때마다 돌탑을 쌓고 정성껏 기도를 드리자 마을은 원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살고개라는 부정적 이미지 대신에 용고개라 부르고 있다.

이러한 전설과 함께 인근에는 용정(龍亭)·용기(龍基)·용산(龍山)리 등 용과 관련된 지명들도 다수다.

진천군이 농다리축제를 1주일 앞둔 지난 12일 초평호 일원에 출렁다리 초평호 미르309를 완공 개장했다.

지난 2021년 충청북도 관광자원개발사업에 `초평호 제2하늘다리 건설사업'으로 선정되어 총사업비 80억원으로 총연장 309m, 수변산책로 1㎞(데크 0.6㎞·야자매트 0.4㎞) 및 전망데크 수변산책로 1㎞를 조성했다.

진천군은 현재까지 전국 최장거리의 무주탑, 무교각 출렁다리로서 앞으로 충북을 넘어 대한민국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그 시기와 이름이 절묘하다. 미르는 용, 309는 다리의 길이를 뜻한다. 올해는 갑진년 청룡의 해 용의 힘찬 기운을 받아 `명실상부한 생거진천'의 원년이 되겠다는 포부가 느껴진다.

진천군은 인구, 일자리, 기업유치 등에서 지방소멸시대를 역주행하는 실력을 뽐내며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렇게 탄탄한 하드웨어에 역사, 문화, 관광 등 소프트웨어가 받쳐준다면 살맛나는 생거진천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긴 잠에서 깨어난 용이 그저 잠룡에 그칠 것인지, 하늘로 힘껏 날아 오를 지, 그것은 한 배를 탄 사회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참여, 의지와 희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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