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23.10.1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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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두세가 집을 샀다. 더구나 대출도 받지 않고 30평이나 되는 아파트를 샀다. 비록 십년이 조금 넘었지만 그런대로 살만한 아파트였다. 사람들은 적지 않은 눈으로 놀랐다. 아닌게 아니라 젊은 사람이 그 누구의 도움 없이도 집을 샀다는 건 때에 따라 누구에게 있어서는 버겁고 어려운 일 일수도 있었다. 두세가 아파트를 산 것이 지금과 다르다고 하지만 십여년 전 그때도 매한가지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영승은 그런 시선들과는 무관하게 짐작이 가는 듯 엷은 미소가 새어 나왔다. 그가 이렇게 일찍 집을 산 것이 조금은 알 것 같아서였다. 사람들은 그가 대학교 교직원으로 취직한지 5년 만에 집을 마련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 듯 보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집을 어찌 샀는지 무척 궁금해 했다. 그렇다고 어떤 뾰족한 수와 무슨 특별한 비결이 숨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지냈다. 누구만큼 편하게 지내는 것이 아니라 관리자 업무를 도우면서 의식주마저 최소화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영승이 크게 놀라지 않았던 이유가 또 하나 있었다. 그것은 무엇보다 그의 집안 가족관계의 내력에 관심이 갔다. 그는 대학교를 외가집에서 다녔다. 외조부모 두 분은 고물을 주워다 팔면서 살았음에도 절대 가난하지 않게 살았으며 그렇게 번 돈은 모두 저축을 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의 할아버지도 그에 못지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그의 부모 또한 늘 모자란 듯 살아도 불평 없이 부족한 줄 모르고 살았다고 했다. 그 역시 절약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었던 것 같았다. 게다가 그가 집을 산 것이 대견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스스로 꿋꿋하게 무언가를 이뤄냈다는 것이 칭찬이라면 칭찬이었다. 그러고 보니 웃자고 한 마디 덧붙이자면 이름 앞에 “구”자만 붙이면 영락없는 구두쇠였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그가 왜 서둘러 집을 사려고 했는지 묘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일단 그 얘기는 뒤로하고 집을 샀다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사실이었다. 영승도 알만한 아파트였다. 그런데 그는 입주를 뒤로 미뤘다. 아직 혼자 살아가기엔 그에게는 낭비였기 때문이었다. 그 보다 궁금증은 그가 구두쇠라는 사실을 그는 모르는 것 같았다. 이유는 사람들에게 구두쇠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자칫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여 질 수 있어서였다. 그렇지만 돈을 쓰지 않아 인색한 사람으로 보일지 몰라도 폐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비난 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부자가 되기 위한 구두쇠가 아니라 나눔의 숨은 배려가 깃든 구두쇠가 된다면 어떨까하는 그의 생각이 잠시 머물다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서 청첩장이 날아왔다. 머지않아 입주할 날이 다가온 것 같았다.

사람들에게 집은 필요하지만 집을 소유하는데 있어서는 절대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은 집에 대한 가치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는 평생 집을 사기위해 온갖 노력을 쏟으며 살고 누구는 집을 단순히 삶이 거쳐 가는 공간으로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그 언제부터인가 집을 보금자리의 개념이 아니라 부의 축적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이 늘어만 갔다. 그로인해 집은 투기 조장과 부의 경쟁 대열에 뛰어든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오늘도 집의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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