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태어난 흔적도 없이 별이 된 아이들
세상에 태어난 흔적도 없이 별이 된 아이들
  •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 승인 2023.07.1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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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談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날씨는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 필자는 부드러운 햇살에 바람이 솔솔 부는 날을 좋아한다. 어느새 시간은 흘러 7월이 되고 뜨겁다 못해 따갑게 느껴지는 강렬한 태양에 눈조차 뜨기 어렵다. 거기에 지루한 장마와 고온다습한 공기는 작은 일도 불쾌하게 느끼게 하고 기분도 가라앉게 되곤 한다.

게다가 최근 끊이지 않고 보도되는 `사라진 아이들' 소식은 참담함을 넘어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미어진다.

정부는 출생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2000여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있지만 없는 아이들'이 안전한지 확인하는 일은 반길 일이다.

경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6일 오후 2시 기준 `출생 미등록 영아' 867건 중 780건을 조사한 결과 사망자는 27명이며 이 중 11명은 살해되었을 가능성이 있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하루가 지난 7일 오후 5시 기준 `출생 미등록 영아' 사례 총 1069건 중 939건에 대한 수사를 실시했으며 사망한 영아는 34명으로 확인됐다. 159건의 추가조사가 진행되는 `하루' 사이 사망자는 27명에서 34명으로 증가했다.

정부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은 2236명. 이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끝났을 때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의 죽음을 마주하게 될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이는 의료 기관에서 출산한 경우만 해당이 되니 의료 기관이 아닌 곳에서 출산한 아이들은 생사 확인조차 할 수 없다.

세상에 태어나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떠난 아이들!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로 지난달 30일 `출생통보제'가 국회를 통과하고 내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출생통보제는 아이가 태어난 의료기관이나 분만에 관여한 의료인이 국가에 출생 사실을 알리도록 하는 제도로 부모의 출생신고 없이도 국가는 아이의 출생 사실을 파악할 수 있으며,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국가가 대신 출생신고를 해 국가 시스템에 등록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에서 출생하는 아이들로 제한되어 있어 의료기관 밖에서의 출산에 대한 정보는 얻을 방법이 없다. 앞으로 병원 밖 출산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도 지나칠 수 없으며 위험을 무릎 쓴 출산으로 어쩌면 임산부와 태아 모두의 생명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출생통보제와 함께 `보호출산제'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모 신분을 노출하지 않고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영아 유기와 아이들이 친부모를 찾을 수 없다는 또 다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어떤 정책이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과 인권 보호이며 이를 보장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고민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출산과 양육 지원 체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안전한 출산과 건강한 양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아이와 임산부 모두를 보호하여야 하며, 경제적 부담이나 사회적 편견으로 아이를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든든한 사회안전망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모든 아이들은 사랑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차가운 별이 되어 떠나는 이 같은 비극은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된다. 이 땅에 태어나는 모든 생명들이 축복 속에서 태어나고, 사랑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쟁 대신 머리를 맞대고 가슴을 모아 빠른 시일 안에 아이들을 지켜낼 방법을 찾아내고 국가의 보다 적극적 보호 조치 시행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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