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가 이번에 입학해요”라고 하면 다들 “중학교요?” 하고 되묻는다. “중학교 가면 공부가 많이 어려워진다는데 괜찮대요?” 하며 아예 넘겨짚는 분도 있다. 우리 아이 둘이 대학생이고, 큰아이는 2월 졸업 예정인데다 작은아이도 휴학만 안 했으면 대학을 졸업했을 터라 지레짐작으로 그리 이야기하는 것이다. “초등학교에요”라고 답하면 “고모가 초등교육을 전공했는데 뭐가 걱정이에요?”하며 또 한 번 넘겨짚는다. 초등교육을 학부에서 공부했고, 3년 이상 초등학교에 근무한 경력도 있으니 초등학교 교육을 잘 알 것이라고 역시 지레짐작한다.
그래 예전에 공부한 것을 떠올려보자.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의 어린이들의 활동 에너지는 `입'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저학년 어린이들은 수업시간에 한시라도 입을 가만두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선생님이나 엄마는 아이들이 관심을 집중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교실이라는 일정 공간에서 공부하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어야 하고, 알림장 적기나 글씨 쓰기 등의 기초학습 습관 형성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갑자기 예전에 학교에 근무할 때 선생님들께서 하셨던 말씀이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갓 입학한 1학년 학생 중에 가장 자신감 넘치는 아이는 그 초등학교에 병설된 유치원을 졸업하고 입학한 아이라던가? 화장실의 위치부터 교무실, 각 교실은 물론 학교 건물의 구석구석을 잘 알고 또 매일 드나들던 공간이 주는 익숙함에서 나오는 자신감이랄까? 홈그라운드의 이점 말이다. 조카도 입학할 학교의 병설유치원을 보내라고 할 걸 그랬나 싶었다. 하지만 그 얘기가 언제적 이야기인가? 메타버스 속 세상을 사는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호랑이가 담배라도 피우던 시절이다.
실제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의 전환을 돕는 시도가 이루어진 예가 덴마크에 있다고 한다. 지난달 덴마크 평가연구소(Danmarks Evalueringsinstitut, EVA)는 보도자료를 통해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의 전환기를 앞두고 점점 더 많은 아동들이 `조기 방과후학교(Tidlig SFO)'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조기 방과후학교'는 보통 만 6세 아동들이 초등학교(Folkeskole) 새 학기가 시작하기 직전인 5월부터 7월까지 약 3개월 동안 학교교육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서비스라고 한다.
덴마크의 초등학교법에 따르면 조기 방과후학교는 선택사항으로 의무는 아니다. 사실 15년 전에는 학교 네 곳 가운데 한 곳에서만 조기 방과후학교가 운영되었던 반면 2020년 기준 56%의 초등학교에서 운영되고 있어 급성장하는 추세에 있다. 이 성장 추세에 대한 덴마크 평가연구소의 전망은 더 밝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원활하게 전환하는 방법으로 더 많은 아동이 조기 방과후학교를 선택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였으며 향후 조기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는 학교가 7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때를 떠올려보면 얼마나 기뻤던가 마음이 다시 설레는 것 같다. 공적인 세계, 지식의 세계로 입문시켜 주시는 선생님을 만나는 순간, 얼마나 대단한 순간인가? 그 설렘과 기분 좋은 긴장감이 두려움이나 무서움, 공포로 변하지 않도록 더 북돋아 주고, 더 축하해 주자. 한 어린이가 수 천년 간 인류가 거쳐 온 지적 모험의 세계로 드디어 들어서는 그 순간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