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전하지만 날씨가 많이 풀리면서 집콕만 하던 일상이 야외로 살며시 옮겨가고 있는 듯합니다.
엊그제 주말을 맞아 시내 쇼핑센터를 찾았습니다. 조금 과장하면 청주시내 모든 분들이 쇼핑센터로 몰려온 듯 인파로 넘쳤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에 살짝 겁이나 세일품목 셔츠 한 장 사들고 얼른 밖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센터 입구 광장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대형야외조각 작품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언 듯 보면 종이컵을 재활용한 듯 쇼핑센터와 아주 잘 어울리는 경쾌한 작품들이었습니다. 이처럼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는 거리나 공원, 광장 등의 공간에 작품을 설치하거나 전시하는 미술을 우리는 `공공미술'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작년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지역 예술인에게 창작 활동 기회를 제공하고자 지역 내 공공장소에 미술작품을 설치하는 이른바 `우리 동네 미술'이라는 사업명으로, 전국 228개 지자체에 총 예산 약 1000억원 가량을 투입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시행하였습니다. 코로나19로 미술계가 침체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미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그들이 창의성을 발휘한 멋진 작품을 지역 곳곳에 설치함으로써 예술인 지원과 지역민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한 것입니다.
나도 이와 관련하여 타지역 지자체의 심사요청을 받고, 프로젝트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공공미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일부 지자체는 사업 추진 방향을 지자체 환경개선 사업과 관련지어 환경정화적 요소를 작가들에게 요청함으로써, 예술인들이 어쩔 수 없이 해당 지자체의 입맛에 맞는 작품을 제작해야 하는 등 프로젝트의 한계점을 노출하기도 했습니다. 심한 경우는 작가들을 환경개선사업의 요소로 보는 건 아닌가 하는 난처함도 있었습니다. 이는 작가 개인의 예술 활동 장려보다는 일자리 제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작가의 개인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제한적이었던 점도 그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또한 프로젝트 선정에 있어 작가보다 기획자 중심의 선정은, 사업의 효율성을 떠나 본 사업 목적의 주객이 전도된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물론 작가 분들께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공공미술은 작가 개인의 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작품제작이 아닙니다. 공공미술작품은 기본적으로 설치장소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심도 있는 역사적 유래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역의 특성과 주변조형과의 조화로움을 바탕으로 작품 크기나 재료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공미술의 특성상, 작품의 안전요소에 대해 책임 있는 과제가 주어집니다.
`예술가는 예술작품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은 자신의 개인 작품 제작에 한정됩니다. 공공미술은 말 그대로 공공의 성격을 지닌 작품이고, 대개는 그 크기가 수 미터는 족히 되다 보니 실내 감상용 작품과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릅니다. 내 작품의 멋짐이 먼저가 아니고 주변과 조화로움이 우선입니다.
안전을 바탕으로 주변과 소통하는 예술작품이야말로 공공미술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