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평화교류를 위해 코오지현을 가곤 한다. 그중 `여기가 수달의 고향입니다'라는 표어를 내 세운 수사키시(須岐市)와 수달공원이 있는 하야마초(葉山村) 견학이 기억에 남는다. 이곳엔 신조가와(新莊川)가 흐르는데 1979년 수달이 마지막으로 발견됐다.
일본은 하천을 콘크리트로 도배하듯 했다. 산이 높고 비도 많으며 하천도 짧아 재난대비를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많은 도로는 동물이동을 방해했으며, 하천바닥을 긁어내고 천변수목을 베고 제방을 높인 것은 그 서식에 해가 돼 끝내 수달도 멸종됐다. 우리도 이런 그릇된 일본을 그대로 배우고 있어 과연 언제까지 수달이 행복하게 살지 의문이다.
수사키시 시민헌장엔 세 가지 목표가 있다. 그 중 첫째가 `보호하자. 수달 고장 수사키'다. 얼마나 수달이 돌아오길 갈망하면 돌판에 새겨 청사 앞에 세웠을까?
하지만 멸종된 수달은 아무리 기도해도 돌아오기 어렵지 않은가. 해서 “한국에서 수달을 수입해 종자로 삼으려고 했다”고 시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묘했다.
그는 고급 나무상자를 열어 보물처럼 간직하던 수달피를 보여주며 자랑스러워했다. 매년 콘크리트를 뜯고 자연하천으로 돌리는 일을 한단다. 충주엔 수달강이 있는데 옛날엔 수달을 잡아 그 가죽을 나라에 바쳤다고 하니 크게 놀라셨다. 또한 그 가죽을 많이 벗겨서 수달피고개와 수달피묘라는 지명도 있다고 하니 입을 딱 벌리셨다.
이곳엔 `수달 휴게소'가 있는데 판매하는 건어물, 반찬류, 술, 빵 등 온통 수달상표로 되어있다. 영수증과 명함, 앞치마는 물론 포장지에도 수달을 그려 넣었다. 말 그대로 `수달상품백화점'인 셈이다.
하야마쵸엔 드넓은 잔디밭 위에 수달돌조각공원이 있다. 태양광 지붕을 쓴 수달학습장엔 다양한 전시물들이 있었고, 인근엔 관광객들이 머물 수 있는 숙박시설도 있다. 수달도 살지 않는데 이런 투자를 하는 것을 보면서 수달강의 고장 충주에 이런 시설이 있다면 참 행복할텐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공원 옆에 공연장을 갖춘 상점이 있어서 들렀다. 젊은 아줌마가 웃으며 반겨주셨다. 옛날에 수달이 살았다는 것을 관광객들에게 알리고 학생들에게도 가르쳐 수달이 다시 찾는 고향을 만들고 싶어서 수달동화책을 지었다고 소개를 하셨다. 충북 수달강에 대해 설명을 하니 놀라며 언젠가 꼭 달천을 찾을 테니 함께 수달똥과 발자국을 찾자는 부탁을 해 왔다.
2017년 2월 대마도의 수달출현은 일본을 뒤집어 놓았다. 38년만에 나타났으니 당연하다. 충주는 복 받았다. 한강과 달천은 물론 도심인 호암지와 연지에도 사니 말이다. 이는 그간 정비사업이 생태적으로 안정됐다는 것이며, 시청의 수질개선 결과로도 보인다. 이곳에 수달이 여러 마리일 가능성은 희박하다.(수달은 이동거리가 멀고, 변()도 정해진 몇 곳에 반복적으로 보기 때문에 여러 마리로 착각하곤 한다)
시청은 서식을 위해 몇 가지 조치를 해야 한다. 핵심서식지의 사람출입을 막고 벌목을 자제하며 조명과 구조물을 제거해야 한다.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자료를 축적해 안정적인 서식을 도와야 한다. 농어촌공사는 금년 봄에 추진할 제방개축 시 서식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호암지-용산계-하방-달천'으로 생태축을 이어야 한다. 수달이 호암지와 연지에서 맘껏 살 수 있다면 시민도 행복할 것 같다. 힘들게 보전시킨 쇠꼬지 황금박쥐굴을 훼손한 우를 반복하지 않고 순천, 함평을 본받아 생태관광 중심지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