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숨을 쉴 뿐 코로나19와 함께 보낸 한해가 어찌 지났는지 돌아볼 여력이 없었다.
행복했던 기억조차 가물하다.
학생들은 학창시절의 추억으로 기억할 수학여행도, 졸업여행도, 체험학습도, 운동회도 경험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졸업생과 대학 졸업생들은 코로나 19와 경기침체로 입사 원서를 쓸 기회조차 없어 백수로 살아야 했다. 직장인들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내일은 출근할 수 있을지 불안해했고, 청년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빚투(빚내서 주식투자)에 몰두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코로나19로 2020년을 시작했고 지금은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다.
일상이 멈춰야 일상으로 돌아가는 지름길이 된 세상. 행복을 만끽하기엔 우리가 처한 현실이 막막하다.
코로나는 청년들의 꿈도 주저앉혔다. 경찰을 꿈꾸고, 소방관을 꿈꾸고, 교사를 꿈꿨던 수험생들은 코로나19 확진으로 시험조차 응시하지 못했다. 수능 시험을 본 확진 수험생들도 면접고사나 실기고사 응시 제한 탓에 대학 캠퍼스를 밟지 못할 수도 있다.
인간의 꿈을 바이러스가 빼앗는 세상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는 어찌 보면 사치인지 모른다.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공개한 2020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72점으로 153개국 중 6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54위)에 비해 행복지수가 7단계 후퇴했다. 행복지수 1~3위는 핀란드, 덴마크, 스위스가 차지했다. 도시별 행복지수 1위는 핀란드의 헬싱키(7.828점)였지만 서울은 83위(5.947점)에 그쳤다. 세계행복보고서의 순위는 1인당 국내총생산, 사회적 지원, 건강기대수명,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 관용, 부정부패 등 6개 항목 평가로 선정된다.
우리나라는 건강기대수명(10위)과 1인당 GDP(27위)는 상위였지만 관용(81위), 부정부패(81위), 사회적 지원(99위),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140위)는 중하위권이었다. 반면 핀란드는 1인당 국내총생산은 21위, 건강기대수명은 27위였지만 사회적 지원 2위,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 5위, 부정부패 4위였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K 방역을 자랑하지만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빈부 격차가 심하고, 계층 간 갈등과 불공정이 판치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개천에서 용 나는 개천용도 거의 사라진 마당에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아르바이트 대표 포털 알바몬이 최근 남녀 대학생 989명을 대상으로 행복지수 & 스트레스 지수를 조사한 결과 대학생 절반 이상이 현재 자신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학생들 스스로 매긴 자신의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53.3점이었다. 응답자 중 무척 행복하다는 비율은 3.9%, 행복한 편이다라는 비율은 29.2%였다. 반면 22.9%는 행복하지 않은 편이라고 했고, 11%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다.
대학생들의 스트레스지수는 평균 68.8점으로 행복지수보다 15.5점이 높았다.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취업준비에 대한 스트레스가 61.0%로 가장 높았다. 이어 △향후 진로(44.5%) △학과 공부(43.4%) △생활비 충당(29.6%) △코로나19 상황(21.3%) 순이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도 내 집 장만이 어려운 현실에서 이탈리아의 한 마을인 카스트로니냐노의 주택 100채가 각각 1유로(약 1300원)에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에 또 한 번 허탈했다. 집 한 채가 라면 한 봉지 값이라니.
국민은 애간장 졸이며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고 있는데 정치인들만 행복한 것은 아닌가 싶다.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