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정황·증거 확보 … 첫 보도 후 2년 5개월 걸렸다
채용비리 정황·증거 확보 … 첫 보도 후 2년 5개월 걸렸다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11.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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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천안시장 첫 보도에서 낙마까지
천안시·현직 경찰 간부 등 무마시도 사실도 확인 기사화
충청타임즈 언론 탄압 … 광고중단·취재거부·구독중지 등
대법, `정자법 위반' 벌금 800만원·추징금 2천만원 확정
구본영 천안시장이 14일 천안시청 대강당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구본영 천안시장이 14일 천안시청 대강당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충청타임즈는 2017년 6월 구본영 천안시장이 천안시체육회 채용 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처음으로 단독 보도했다. 2개월여의 취재를 통해 구 시장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박모씨 등을 채용하라고 지시한 정황과 증거를 확보해 세 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파장은 컸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와 천안시의회 의원들이 진상 규명을 천안시장에게 촉구하고 시의회는 채용비리 조사특위 구성안을 발의했다.

이 상황에서 천안시와 현직 경찰 간부 등이 채용 비리 의혹을 무마하려 한 사실도 확인해 기사화했다.

이후 구 시장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반대로 특위 구성이 무산되고 경찰에서도 인지 수사를 외면, 사건은 묻히는 듯했다.

같은 해 9월 8일 민주당 당원 안성훈씨가 충청타임즈 보도 기사를 증거자료로 첨부해 구 시장을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천안시는 채용 비리 의혹을 보도한 충청타임즈를 겨냥해 언론 탄압에 나섰다. 9월 17일 왜곡된 보도를 한 충청타임즈에 대해 `광고 중단', `취재 거부', `구독 중지', `보도자료 제공 중단' 등의 조치를 단행한다는 내용의 천안시장 명의의 공문을 충청타임즈 대표 앞으로 송부했다. 건국 이후 사상 초유의 행정 행위를 통한 언론 탄압 사례인 이 조치는 현재까지 진행 중이며 천안아산경실련이 지난해 8월 27일 `충청타임즈에 대한 천안시의 언론 탄압행위를 업무방해 및 직권남용 행위로 처벌해달라'며 검찰에 고발해 현재 대검찰청에서 기소 여부를 검토중이다.

미진했던 수사는 2018년 3월 5일 김병국 전 천안시체육회 부회장의 기자회견으로 반전을 맞게 됐다.

김 전 부회장은 “구 시장이 직원 채용비리를 지시했고, 2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줬다”고 폭로했다. 충청타임즈의 의혹 보도가 사실로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김 전 부회장은 2000만원을 준 대가로 천안시체육회 부회장 직을 받은 사실도 토해냈다.

경찰은 한 달 간 수사 끝에 직권남용 및 수뢰후부정처사 혐의로 구 시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 구 시장을 구속했다. 법무법인 태평양 등 3개 로펌을 포함, 총 13명의 호화 변호인단을 꾸린 구 시장은 구속적부심을 통해 사흘 만에 풀려났다.

검찰은 수사 보강을 거쳐 구 시장을 5월 4일 기소했다.

애초 구속 당시 적용한 수뢰와 직권남용(채용비리) 혐의 외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이게 검찰로서는 `신의 한 수'가 됐다. 구 시장 측이 조사 과정에서 `정치자금을 받은 것뿐'이라고 주장하자 재판부가 2000만원을 뇌물로 여기지 않을 경우를 고려한 `현명한 선택'이었다.

우려대로 1, 2심 재판부는 2000만원을 뇌물로 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돌려줬으니 뇌물이 아니고 돈을 받고 감투를 준 것으로 볼 수 없다', 2심 재판부는 `(구 시장이) 돈을 받고 천안시체육회 부회장직을 준 것은 매관매직이나 다름없으나 선거에서 유권자가 천안시장으로 뽑아줬으니 1심의 양형은 적당하다'는 `궤변'으로 뇌물 혐의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

하지만, 구 시장도 정치자금법의 벽은 넘지 못했다. 충청타임즈의 첫 보도 후 2년 5개월 1일 만인 14일 결국 고개를 떨어뜨려야 했다.

/천안 이재경기자
silvertide@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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