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동해를 다녀왔다. 자꾸 떨어지는 시력감퇴와 어지럼증으로 서울병원 진료를 앞두고 걱정이 됐지만, 여행은 언제나 그렇듯 가슴 부푼 일이다. 출발 전 멀미약을 미리 먹었으나 고질적인 차멀미의 두려움은 떨칠 수가 없었다. 동해가 가까워질수록 가슴은 더욱 벅찼다. 한겨울 동안 웅크리고 있던 마음을 탁 틔워본다? 생각만 해도 후련하다.
넓고 푸른 바다가 눈앞에 확 들어왔다. 그런데 기대만큼의 시원함보다도 마음 한구석 아린 것이 솟구친다. 저 수평선 끝 어딘가에서 일어났단 일본 초계기 사건 때문이다.
사건의 시작은 해상에서 한국군함과 해경이 북한의 어선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일본 대잠초계기가 비행했고 한국군함이 일본 초계기에 미사일을 발사하기 직전에 쏘는 레이더를 쐈다고 일본에서 주장하면서 문제시됐다. 한국군함이 북한어선을 구조하는 것이 목적인 것은 일본 초계기에서도 알았을 것이다. 바다에서 배가 조난을 당했을 때는 가장 우선시되는 것이 인명구조다. 만약에 이 배가 일본이나, 중국선박이어도 한국군함은 구조해야 한다. 이번 일에서 한국군함이 북한어선을 구조할 수 있었는데도 구조를 하지 않았다면 한국 내에서 크게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레이더로 조사했다는 일본 측 주장과 관련해 우리는 사격통제 레이더가 일본 초계기를 겨냥하지 않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오히려 무장한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에 근접해 저공비행한 게 위협행위였다고 평가했다. 광개토대왕함 사통 레이더는 광범위한 탐색 목적인 탐색레이더와 사격을 위해 표적에 빔을 쏴 거리를 계산하는 추적레이더가 있다. 일본은 `조사'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광개토대왕함이 추적레이더로 P-1을 겨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과거사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한일관계가 초계기, 레이더라는 안보 갈등이 더해져 심상치 않은데 국방부는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우리 함정을 향해 또다시 근접 위협비행을 했다고 밝혔다. 일본 초계기의 우리 함정에 대한 위협비행은 이미 알려진 지난달 20일 북한 어선을 구조 중이던 광개토대왕함에 대한 위협비행 외에도 이달 18일과 22일에도 있었다고 하니 충격적이다.
그런데 며칠 전 러시아군 대잠초계기가 일본 주변 상공을 비행해 자위대 전투기가 긴급발진했다고 NHK가 전했다. 러시아군의 초계기 2대가 홋카이도 인근 해상에서 동해 쪽으로 남하, 오키나와와 미야코 섬 사이 상공을 통과해 태평양 쪽으로 나간 뒤 북상해 오후에 러시아 쪽으로 돌아갔다. 해당 비행기는 대잠초계기가 주 임무이고 분류도 그렇지만 조기경보기도 겸하는 특이한 초계기이다. 즉 일본 수도 및 혼슈 중앙 방공 및 제공망을 흩고 간 행위며 순서가 달라서 그렇지 16일 훈련한 Su-24폭격기는 철저히 저공고속침투하여 전략거점을 비행한 폭격기이므로 사실상 도쿄 공습훈련을 한 셈이다.
이는 단순히 러시아가 한국편을 드는 것은 아니다. 일본 정부 특히 방위성이 당혹스러운 것은 동해방면으로 러시아 공군기들이 일본으로 접근하는 동안 평소에는 한국 측이 이를 감시하거나 알람으로 일본에 통보해 주는데, 이번에는 해주지 않았다. 근데 이번에는 달랐다. 한국군뿐만 아니라 주한미군도 침묵했다.
러시아의 의도는 명확하다. 러일평화조약에서 매우 유리한 요구를 강요하기 위해 벌인 압박전술인데 일본이 초계기 갈등을 무례하게 키워 한일 간 우호적 외교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처하는 걸 보고 한국이 저지해주지 않을 거라는 확신 속에 일본에 기습적인 압박을 건 것이다.
바다 건너 일본에 말하고 싶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 명심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