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판을 깨거나 재를 뿌리고자 함이 아닙니다. 취지와 의지는 좋은데 도민들이 공감하지 못한 채 겉도는 도정목표여서 이를 일깨우고자 함입니다. 이시종 지사가 야심 차게 내세운 `강호축개발'과 `강호대륙(江湖大陸)'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지사는 신년사를 통해 `2019년 올해를 강호대륙의 해로 정했다'며 `새해 도정의 최우선 목표를 강호축개발에 두고, 강호축이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하는 강호대륙의 큰 꿈을 그려 나가자'고 역설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지상대담이든 공중파대담이든 기회가 닿을 때마다 강호축개발과 강호대륙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웠습니다.
강호축만 개발되면 충북의 미래 100년 먹거리가 창출된다고 말입니다. 근사한 말이고. 기백도 있는데 도민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으니 문제입니다. 큰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처럼 화려한 수사에 비해 내용물이 빈약한 탓입니다.
강호축개발이란 강원~충청~호남을 잇는 고속철도망 확충해 남북교류가 활성화되면 원산~청진~두만강을 거쳐 유라시아로 충북의 산품들을 더 많이 더 수월하게 수출해 충북경제를 번성케 함을 이릅니다.
이를 통해 정부로부터 지지부진했던 충북선 철도 고속화에 대한 예타(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 받고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요. 도민으로서 환영하고 지지할 만한 좋은 구상이고 목표입니다.
하지만 충북의 미래 100년 먹거리를 가져온다는데 많은 도민이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지만 강호축개발은 갑자기 떨어진 신묘한 정책이 아닙니다. KTX오송분기역 유치 때부터 있었던 국토의 X선 교통망 확충의 연장선에 지나지 않는 논리이자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호남 목포에서 오송 찍고, 강릉 찍고, 원산 찍고, 청진 찍고, 두만강 건너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하는 걸 반대할 자 뉘 있겠습니까?
지난해에 남과 북의 당국자들이 한반도의 끊어진 철도망을 복원하기 위해 경의선과 동해선을 공동 조사한 바 있습니다. 계획대로 철도망이 복원되고 남북교류가 활성화되면 대륙으로 가는 육로는 부산~대구~오송~서울~개성~평양~신의주를 거쳐 대륙으로 가는 경부·경의선과 역시 부산~울산~강릉~원산~청진을 거쳐 유라시아로 가는 동해선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목포에서 출발하는 호남선과 충북선을 강릉까지 연결해 원산~청진~두만강을 거쳐 유라시아로 가자는 게 강호축개발의 핵심목표이자 가치입니다. 그렇게 되면 충북은 유라시아로 가는 관통지역과 주요 정거장 역할을 할 것입니다. 옥천 영동이 KTX통과지역으로 기능 하듯이.
이시종 지사가 충청의 인구가 호남의 인구를 처음 추월하자 `영충호시대'라는 신조어를 공표해 주목받은 바 있습니다. 영남과 호남의 기세에 눌려 살았던 충청인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주고, 충청인의 시대적 사명과 소명의식을 갖게 했죠.
그런데 강호축개발엔 그런 메시지가 없습니다. 우선 수사부터 정부의 국정 구호인지, 강원도나 호남의 도정구호인지 모호합니다. 택시기사에게 물어도 심지어 도청 직원에게 물어도 시큰둥하니 말입니다. 모름지기 도정구호는 도민들이 공감해야 하고 도민들이 지지해야 살아있는 도정목표로 기능 하게 됩니다. 미래의 먹거리도 인구와 도세가 줄어드는 호남과 강원에서 찾을 게 아니라 대한민국 국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서울 인천 경기 등 이른바 수도권에서 찾아야 합니다.
수도권의 인구와 재화와 기업과 문화예술과 첨단기술을 유인하거나 우군화해야 충북의 미래가 밝습니다. 전철이 서울에서 청주까지 달리는 명실상부한 신 수도권으로 기능 할 수 있도록. 충북호는 달리고 또 달려야 합니다.
/시인·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