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상일까', `당신은 정상인가요', `우리 아이 정상입니까'
인터넷 게시판과 SNS에는 `내가 이러이러한 게 과연 정상인가요? 아니면 심리 상담을 받아야할까요?' 라고 묻는 이들과 쉽게 마주칠 수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연예인 자살, 분노에 의한 살인, 성관련 범죄 등)이 터지면 사소한 심리적 문제에도 화들짝 놀라며 `내가 정상인가'라는 질문을 갖게 된다.
학교에서 아이가 평균 이상으로 활달하면 대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진단을 내리고 학부모에게 병원진료를 권하는 경우가 있다. 1학년 신입생이 학교 오기를 싫어하면 `분리불안증', 부모에게 화를 잘 내면 `애착형성 장애' 등의 병명을 붙인다. 수십만명에 이르는 직장인은 자신이 번아웃증후군(burn-out,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쌓여 일을 비롯한 일상생활에서 의욕을 잃는 증상)에 걸렸다고 진단을 내린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무엇일까.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신질환의 진단 기준은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에 따른다. DSM은 미국 정신의학협회(APA)가 주관해 출판하는 의료편람. 정신질환에 대해 가능한 모든 사례를 수록하고, 객관화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정신질환의 진단과 처방 및 관련 산업과 행정 분야에서 절대적인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DSM은 1952년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군인들의 정신 건강과 장애 진단용 임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처음 기획됐으며 현재까지 5번 개정돼 왔다.
최근 개정된 DSM-5에는 소아의 단순한 발작적 짜증을 `파탄적 기분 조절 곤란 장애', 노화로 인한 건망증을 `약한 신경 인지 장애'로 규정하였으며, 폭식 장애와 성인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저장 장애, 월경 전 불쾌감 장애, 행동 중독 등을 정신 장애에 포함시켰고, 사별로 인한 애도 또한 중증 우울증으로 진단받을 수 있도록 진단 기준을 대폭 개정했는데,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벼운 증상을 정신 장애로 등재해 논쟁의 대상되기도 했다.
DSM-5의 기준으로 보면 모든 심리적으로 정상적인 사람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심리정신의학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의도를 한번쯤 의심을 하게 된다. 어쩌면 심리학은 내 안의 불안을 먹고 자라는 심리산업이 되고 있는지 모른다.
상실과 불확실성이 높아 갈수록 심리산업은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져 `미치기를 권하는 사회'를 조장할 수 있다. 인간적인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마찰과 불안마저 병으로 진단하게 하고, 살면서 겪는 불가피한 내면의 아픔을 죄다 치료 대상으로 몰면서 일상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심리학에 속지 마라'의 저자 스티브 아얀은 심리학이 산업이라고 할 만큼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배경에는 대중으로 하여금 불안한 심리상태에 들도록 만드는 심리학의 교묘한 술수가 있었다고 비판한다. 아얀은 우울하거나 번아웃 상태라고 인지되면 심치치료나 병원을 찾기보다 차라리 의자 등받이를 젖히고 몸이 이완 되도록 내버려 두거나 연극을 보거나 봉사활동을 하고 자연을 거닐며 감정에 드리워진 어두운 구름을 걷어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심리학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지금까지 잘 살아온 사람들이 공연히 자신을 남과 비교하게 만들고,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삶을 추구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나는 정상일까'라는 회의가 들 때`지금 나는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다'하며 쿨하게 넘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