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서 하는 일. 식물탐사다. 새로 만날 그 무엇인가를 잔뜩 기대하면서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내면서 무주나무를 찾아 떠난다.
무주나무는 꼭두서니과의 나무로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된 희귀식물이다. 꼭두서니과 중에 꽃과 열매가 비슷한 4종의 식물이 있다. 붉은 열매에 덩굴성인 호자 덩굴, 붉은 열매이면서 가시가 있는 호자나무와 수정목, 가시가 없고 남색의 열매를 맺는 무주나무가 그들이다. 이들 중에 수정목의 뿌리는 여러 개로 갈라지며 군데군데에서 굵어져 구슬처럼 보이는데 비해 이 나무는 이것이 없어`구슬이 없는 나무'라는 뜻으로 무주(無珠)나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 무주나무는 열대지방과 아열대의 상록활엽수림에 자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가 북방한계선으로 2곳 정도의 자생지에 10개체 미만으로 매우 희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아열대에는 많은 이 무주나무가 우리나라에서는 왜 희귀식물이 되었을까?
식물은 생장하기 위해 제각각 필요한 환경이 있다. 보통 어떤 식물의 고향에서는 개체수가 많고 잘 자라지만 고향에서 멀어지면서 변두리로 갈수록 개체수가 줄어든다. 이는 환경, 특히 빛에 의한 온도가 생장 제한 조건이 되는 경우로 고향보다 매우 높은 온도나 반대로 매우 낮은 온도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온대지방인 우리나라가 그 변두리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난대성 식물의 북방한계선과 한대성 식물의 남방한계선 결정은 식물생장 조건 중 온도가 중요한 요인으로 우리나라는 북방계 식물(한대성 식물)의 남방한계선과 남방계 식물(난대성 식물)의 북방한계선이 겹쳐져 있는 경우가 많다. 덕분에 비교적 식물종이 많은 편이지만 한계선에 걸쳐 생존하는 식물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어려운 환경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남방한계선인 북방계 식물로 강원도에서 본 가시오갈피나무, 기생꽃, 만주송이풀,눈잣나무, 닻꽃, 조름나물, 한계령풀, 경상도에서 우연히 만난 날개하늘나리, 어렵사리 경기도 개울가에서 찾은 독미나리, 벼르고 별러서 한라산에서 만난 시로미, 암매 등이 있는데 대부분 높은 고산지대나 북쪽에 있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고사목이 늘어나는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분비나무의 후손으로 볼 수 있는 구상나무 등도 북방계식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아열대가 고향인 풍란, 나도풍란, 석곡, 지네발란, 한란 등 난과 식물과 박달목서, 푸른가막살나무, 초령목 등은 우리나라가 북방한계선으로 주로 남부지방에서 자생하고 있다. 무주나무도 남방계 식물로 우리나라 제주도가 북방한계선인 식물로 우리나라에서는 자생지가 극히 제한된 희귀식물 중 하나다.
제주도에서 꽤 이름난 폭포. 폭포 위쪽 바위들로 징검다리 삼아 건너야 갈 수 있는 산기슭이 목표 지점. 몸이 가벼운 S는 날렵하게, 다리가 긴 Y도 겅중겅중, 일행을 안내하는 모 박사도 사뿐히 건넌다. 무주나무를 볼 욕심에 몇 발짝 떼다 포기. 땀에 젖은 바지가 붙잡기도 하고 까마득한 폭포가 현기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한참만에 세 명의 탐사대가 원위치로 돌아왔다. 목표지점을 잘못 알았단다. 아주 가까운 곳. 몇 발짝 걸어서 무주나무를 만났다. 큰 나무들 아래 그리 크지 않은 나무로 아직 익지 않은 푸르스름한 열매를 맺고 있었다. 잘 익어 더 많은 자손을 이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허술한 관리 덕분에 만나볼 수 있었지만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