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시기, 하지 말라는 것은 더 하고 싶고 공부를 하려다가도 부모님의 “공부해”라는 소리를 들으면 공부하기가 싫어진다. 이렇게 금지된 것에 대한 갈망,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욕구, 금지된 것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을 `칼리귤라 효과(Caligula Effect)'라고 부른다.
1979년 제작된 틴토 브라스 감독의 영화 `칼리귤라'는 로마 황제 칼리귤라의 일대기를 그린 장편영화이다. 영화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이 많다는 이유로 미국에서는 상영을 금지하는 주가 많았다. 그러나 상영금지령은 오히려 시민에게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일으키게 되었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상영이 허가된 다른 주의 상영관으로 몰려가는 현상이 벌어졌다.
영화를 못 보게 하면 할수록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폭증했는데 이때부터 못하게 할수록 더욱 하고 싶어 하는 현상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칼리큘라 효과'라고 불렀다.
우리나라에서는 청개구리 심리로 부르며,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라고 하면 더 들어가고 싶어하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필자 또한 금지된 영화이었기에 비디오테이프를 빌려 보게 됐고 영화가 아닌 역사 서적으로 칼리귤라를 알아보고 싶어 로마역사를 집대성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12권'을 독파했다. 특히 제7권`악명 높은 황제'편에 나와 있는 `칼리큘라'는 영화 장면을 연상하며 읽었는데 칼리귤라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로마제국 3대 황제, 본명은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게르마니쿠스(재위:서기 37년-41년)', 그는 어린 시절 로마군단의 유명한 장군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지금의 독일 라인강 전선에서 생활했다. 아장아장 걸어다니던 시절, 그는 로마의 병사들이 만들어준 유아용 칼리가(당시 로마군인의 전투화)를 신고 놀았다. 병사들은 그를`칼리큘라(작은 군화라는 뜻)'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군단의 마스코트로 여겼다.
25세에 즉위해 초기에는 선정을 베풀어 모두에게 환영을 받았으나 중병을 앓고 난 뒤에는 잔혹한 독재정치를 강행하고 재정이 파탄 날 정도로 각종 인기정책으로 낭비를 일삼았으며 반인륜적인 행위를 저지른다. 결국 심복인 근위대 대대장에게 암살당해 28세에 생을 마감한다.,
초등학생들에게 스마트폰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하면 기를 쓰고 더하겠다고 하고, 청소년들이 금지된 19금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무리하면서까지 어른들을 흉내 내는 `칼리귤라 효과'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 증명이 가능하다.
실험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백곰 영상을 보여준다. 첫 번째 그룹에는 백곰을 기억하라고 하고, 두 번째 그룹에는 백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세 번째 그룹에는 백곰을 절대로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1년 후 그 영상의 내용을 가장 선명하게 기억한 그룹은 백곰을 절대로 생각하지 말라고 금지했던 세 번째 그룹이었다.
`칼리굴라 효과'를 잘 극복하는 방법은?
뜨거운 여름날로 기억이 되는 고등학교 시절, 교장선생님의 설교시간이었다. 800여 남녀학생이 들어찬 채플실에서 교장선생님은 “너희들 이성에 대해 궁금하제, 밤마다 생각이 많이 나제” 하면서 설교를 이어갔다. 내 옆에는 공교롭게도 `신여사'라는 별명을 가진 같은 반 여학생이 앉아있는데, 순간 서로 눈이 마주치면서 얼굴이 붉어졌던 기억이 있다.
교장선생님은 “너희들 그런 생각이 나거나 상상이 되면 억지로 안 하려고 머리를 책상에 찢지 마라. 그런 생각이 나면 마음껏 상상을 하거라. 다만 끝까지 상상을 하거라. 그 일의 결말까지 상상을 이어가라”고 말씀하셨다. 모두들 알다시피 순간적인 충동으로 인한 행동의 결말은 그렇고 그렇다.
참 인상적인 훈화여서, 지금도 가끔 중고등학생들에게 써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