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무역전쟁'에 적색경보 켜진 韓경제…"국내 투자 활성화 유도해야"
'美무역전쟁'에 적색경보 켜진 韓경제…"국내 투자 활성화 유도해야"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8.04.0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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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3년6개월 만에 최저…올해 1000원대 초반까지 전망
코스피지수, 두 달 새 164.67p 하락… 목표치 2750p로 낮춰
작년 해외직접투자 437억弗 > 외국인 직접투자 229.4억弗

미국발 무역전쟁의 여파로 한국 경제 곳곳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원화 강세 압력으로 수출기업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진다. 코스피도 연초 대비 하락세로 돌아서며 눈높이를 낮추기도 했다. 기업 실적을 반영하는 증시의 하향 조정은 국내 기업들의 올 실적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다 본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같은 와중에 기업들은 국내 투자 보다는 해외투자에 더욱 주력하는 모습도 엿보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대외 경제 환경은 어쩔 수 없더라도 규제 완화 등의 여건을 만들어 국내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054.2원)보다 0.3원 오른 1054.5원으로 출발했다. 전날에는 전거래일(1056.6원)보다 2.4원 내린 1054.2원에 마감, 3년6월 만에 최저치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달러화 약세(원화 강세) 압력은 하반기에도 가중될 전망이다. 3월말 중국 외환당국이 위안화 강세를 용인한 가운데 하반기 들어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이 정책정상화 행보를 보이며 달러 약세 요인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 재협상 과정에서 제기된 환율 개입 내역 공개 부문이다. 투명성 제고라는 이유로 외환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미세 조정)마저 제약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는 올 하반기 원화강세 심화 요인 중 하나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 원·달러 환율 전망치 1030원을 유지한다"며 "하지만 당국의 대응이 부재하다면 연말 1000원 수준으로 절상할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원화강세로 국내 수출기업의 타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 국내 주력 수출 제품은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통화 절상에 따른 위험도는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위안화의 경우 중국이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의지가 관찰되고 있다"며 "위안화 강세는 중국 내수를 부양할 확률을 높이고 동아시아 권역 내 중국의 소비가 확대되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에 말려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우리가 대외적인 문제까지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정부는 외부 기업 환경이 나빠지는 만큼 국내에서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 국내투자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의 영향으로 코스피도 힘이 빠지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올해 1월29일 2607.10을 찍은 뒤 지난 3일 2442.43으로 마감했다. 두 달여 만에 164.67포인트(6.32%) 하락한 셈이다. 심지어 2월9일 2346.73을 기록하며 2주 만에 260.37포인트(9.99%) 급락하기도 했다.

올해 초 만해도 증권사들은 코스피 목표치의 상단을 최대 3100포인트(삼성증권)로 예측하는 등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대신증권이 코스피 목표치를 가장 먼저 하향조정했다. 대신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경기 둔화와 교역 위축은 국내 경제와 증시에 부정적이라면서 올해 코스피 목표치를 3000포인트에서 2750포인트로 낮췄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무역분쟁 리스크 경계와 글로벌 경기 정점통과 시점을 앞당기는 물가 상승압력의 변수가 있다"며 "기업 이익 측면에서도 매출액 감소, 비용부담 가중으로 인해 추가적인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는 신고기준으로 전년보다 7.7% 증가한 229억4000만 달러 규모로 역대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투자 유형별로 보면 땅을 구입해 직접 공장을 설립하는 그린필드형은 신고 기준, 157억 달러로 4년 연속 증가했다. 인수·합병(M&A)형 투자는 신고기준으로 15.4% 증가한 72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법인세 인하 영향이 본격화되는 등으로 잠재적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해외직접투자 송금액이 처음으로 400억 달러를 넘겼다는 점도 문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접투자 송금액은 전년보다 11.8% 증가한 437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북미(36.1%), 아시아(28.1%), 중남미(16.0%), 유럽(15.7%) 순으로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법인세를 낮추는 등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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