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싼 달걀은 없다
안전하고 싼 달걀은 없다
  • 박완희<두꺼비친구들사무처장>
  • 승인 2017.08.3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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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 박완희<두꺼비친구들사무처장>

고향에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시골집에 내려가면 부모님은 열무, 고추, 가지, 토마토 등 하나라도 더 싸주시려고 애쓰셨다. 가족이 먹을 것이라 부모님은 더 정성을 들여 농사를 지으셨다. 정년퇴직을 한 많은 분이 전원생활을 원하고 조그맣게 텃밭을 가꾼다. 이 텃밭은 풀들이 무성하지만 제초제, 살충제를 가급적 쓰지 않는다. 왜냐면 손자들이 놀러 와 먹어야 하니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시중에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먹거리에 대해 신뢰를 잃었다. 올 한해는 식품안전과 관련해서 그 어느 해보다 논란이 많았다. AI와 구제역 파동을 시작으로 GMO라면, 맥도널드 햄버거병, 용가리 과자, 그리고 살충제 달걀, E형 간염 소시지와 햄까지 일 년 내내 식품 안전 문제가 이어져 왔다. 이쯤 되니 최근에는 푸드 포비아(food phobia), 음식 공포증이라는 용어가 실시간 검색 1위에 오르내리기까지 했다. 정말 마음 놓고 먹을 것이 없을 정도다.

지난 8월 1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일제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하던 중 경기도 남양주·광주의 2개 산란계 농가에서 살충제 `피프로닐', `비펜트린'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는 발표를 했다. 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로컬푸드 매장을 운영하던 터라 정부 발표를 보고 곧바로 방사유정란 생산 농부에게 전화를 드렸다. 이번에 문제가 된 달걀 살충제는 기존 케이지에 키우는 공장식 축산의 산란계 농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전통방식으로 키우는 방사닭은 평상시 살충제를 쓰지 않는다. 살충제를 쓰는 이유는 닭에 발생하는 진드기와 벼룩 때문인데 방사닭은 진드기나 벼룩이 생기면 흙 목욕으로 스스로 이겨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좁은 케이지에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알을 낳는 공장식 산란계 농장의 닭들은 진드기나 벼룩이 발생해도 자체적으로 이겨낼 면역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살충제를 닭의 몸에 뿌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체내에서 알에 살충제가 전달되거나 낳아 놓은 달걀에 살충제가 닿는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거기에 최근 경북 경산과 영천의 친환경 산란계 농장의 토양 조사에서 DDT가 나왔다고 한다. 두 농장에서 사용 중인 농업용수와 사료에서는 DDT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DDT가 검출된 흙을 닭이 체내로 흡수해 계란으로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DDT 달걀 생산 농부는 귀농해서 동물복지 수준으로 안전하게 방사유정란을 생산해 왔다고 한다. 더군다나 지금은 DDT를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 검출되었다니 이 농부도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닐까 싶다. 국내는 농경지나 가금류 사육지에 대한 DDT 허용 기준이 없다. 국내에서 1973년 사용이 전면 중단되었고 반감기가 50년 정도 걸린다고 하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미 오래전부터 축산물의 안전을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공장식 축산을 동물 복지형 축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됐다. 전문가들은 동물복지 형태로 가려면 소비자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동물복지로 가는 경우에 지금과 같은 공장식 축산형보다 생산성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안전한 달걀을 구입하기 위해 지급할 수 있는 의향 금액, 그리고 실제 생산자들이 안전한 달걀을 생산하는데 더 높아질 생산 비용, 그 차이를 정부가 보상해 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안전하고 싼 달걀은 없다.

이번 과정을 통해 식품안전의 문제, 근본적인 농업 구조 개편 문제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특히 건강한 축산을 위해서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해왔던 노력이 이번 달걀 살충제 검출 건으로 모두 폄하되고 왜곡되지 않아야 한다. 모두에게 아픈 현실이지만 이 과정이 신뢰사회 회복의 기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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