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29일은 대한제국이 멸망한 지 106주년이 되는 날이다. 1910년 8월 29일은 조선에서 비롯되어 519년씩이나 된 대한제국이 멸망한 날이다. 1910년 경술년에 나라를 빼앗기는 치욕을 당했다 해서 ‘경술국캄라고 한다.
‘경술국치일’을 아는 국민은 많지 않다. 정확한 명칭인 ‘한일병탄조약’은 1910년 8월 22일에 조인되고, 8월 29일 발효됐다. 대한제국의 내각총리대신 이완용과 제3대 한국 통감인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형식적인 회의를 거쳐 이 조약을 통과시켰으며 이날 조약의 공포로 대한제국은 일본 제국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5000년 민족사의 명맥이 끊어지고 나라가 없어진 것이다. 그후 우리 민족은 35년 동안 악랄하고 지독한 식민지 지배의 처절한 역사를 경험해야만 했다. 치열한 독립운동이 전개되었고, 지독한 어려움과 식민지 백성의 설움을 안고 살아야 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광복절의 기쁨만 알고, 국치의 슬픔과 아픔을 되새기는데 인색했다.
역사적으로 비슷한 경험을 지닌 이스라엘은 아픈 역사를 후손들에게 철저하게 교육하고 있다. 자녀가 고등학생이 되면 2000년 전 로마군의 침략에 끝까지 저항하다가 “로마에 항복해 노예로 살기보다 선민의 자존심을 마지막까지 지키겠노라”며 1000명의 저항군 전원이 장렬하게 자결한 ‘마사다 언덕’을 의무적으로 방문하도록 한다. 로마군이 있었던 장소에는 유스호스텔을 지어 조상이 비참한 최후를 맞았던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다시는 비극적인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이스라엘 사관학교 생도들은 졸업을 앞두고 최종 코스로 마사다의 정상에 올라 2000년 전 선배들의 전투실황에 관해 교육을 받고, “우리에게 마사다와 같은 비극은 이제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맹세하며 임관식을 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유대인들은 2차 대전 때 독일 나치의 만행인 ‘홀로코스트’의 과거를 결코 잊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독립기념일 전날을 홀로코스트의 날로 지킨다. 독립을 자축하기 이전에 유대인들은 반유대주의의 희생 제물이 된 홀로코스트의 동포를 기억하겠다는 의미다. 예루살렘에 있는 600만 대학살 홀로코스트 추모관인 ‘야드 바셈’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고 한다.
‘용서는 하지만 망각은 또 다른 방랑으로 가는 길이다.’
경술국치일은 주권을 상실한 치욕의 날이지만 일제강점기 동안 매년 8월 29일만 되면 옥중에서조차 독립운동가들이 국치일에는 단식동맹을 조직해서 단식으로 기념했다고 한다. 노동자들도 국치일을 상기하는 총파업을 계획하는 등 항일 투쟁을 기억해야 할 날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광복이 되기 전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는 매년 8월29일이 되면 선언서를 발표하거나 기념식을 열었다. 국가적인 치욕과 잘못된 역사를 잊지 않고 잘못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다.
“과거에 눈을 감으면 미래를 볼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역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반만년의 역사를 통해 자랑스러운 역사도 있었고, 부끄러운 역사도 있었다. ‘자랑스러운 역사’를 강조하는 만큼 ‘부끄러운 역사’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8월 29일 경술국치일에 조기를 달자. 필자가 소속된 서경중학교는 모든 교직원과 학부모들이 조기를 게양할 예정이다. 마음에 조기를 달고 다시는 부끄러운 역사를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충북 역사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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