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 청주가 먼저 했다
증강현실, 청주가 먼저 했다
  • 정규호 <문화기획자 ·칼럼리스트>
  • 승인 2016.07.2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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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 정규호

속초에 이어 울산이 흥분하고 있다. 포켓몬고 게임이 가능한 지역으로 알려지면서 자치단체장이 홍보에 나서는 등 예상하지 못했던 관광객 유입의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포켓몬고는 증강현실(AR. Aug umented Reality)을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게임인데,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증강현실은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세계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로 정의되고 있다. 조금 더 설명하면 컴퓨터 그래픽(CG)으로 만들어진 가상환경을 사용하되 현실 환경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증강현실의 기술적 개념이다.

증강현실을 통해 사용자는 자신이 보고 있는 실사 영상에 3차원 가상영상을 겹침으로써 현실 환경과 가상화면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세계를 만나게 된다.

포켓몬고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포켓몬이 증강현실로 진화한 형태의 문화콘텐츠이다. 포켓몬, 즉 주머니 괴물쯤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 원형 콘텐츠는 다양한 캐릭터를 지니고 있다. 여러 가지 변신이 가능한데다 각 캐릭터에 대한 수집 욕구를 자극함으로써 시장을 무궁무진하게 넓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원형 콘텐츠와 캐릭터가 구글을 통해 iOS 및 안드로이드용 증강현실 모바일 게임으로 진화한 포켓몬고는 지난 6일 정식 출시되자마자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휴대폰으로 현실의 공간 위치를 이동하면서 가상의 포켓몬을 포획하고 훈련시키며, 또 다른 결투를 벌이는 동시에 거래도 가능한 포켓몬고는 게임의 기본 원칙을 충실하게 적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성공의 근본 요인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재미와 학습을 동시에 노리는 콘텐츠를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로 지칭한다. 청주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002년 첨단문화산업단지로 지정받으면서 특화 전략을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로 정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증강현실을 적용한 에듀테인먼트 콘텐츠가 기획되고 상품으로 출시된 것이 지난 2010년. 증강현실을 통해 학습 콘텐츠가 만들어진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있는 일이니, 청주는 그만큼 증강현실에 있어서는 명실상부한 선각자로 자랑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초등학교 교과학습에 맞춰 생태도감을 비롯해 영어 등 4개 과목 7종의 증강현실 학습콘텐츠는 출시된 이후 매년 1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창조경제 관련 전시 포럼에 초대돼 그 우수성을 자랑하기도 했으니, 적어도 그동안 증강현실에 대해서는 청주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이지런이 단연 독보적이었다.

필자는 그 당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지역문화연구센터(CRC) 공모를 총괄기획하면서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증강현실 기술을 문화콘텐츠에 처음 적용해 1위로 국비를 지원받았다.

무심천 생태계에 증강현실을 적용해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체험학습을 통해 개구리가 컴퓨터 화면에 3D 입체영상으로 구현됨은 물론 펄쩍 뛰어다니는 생생한 체험과 재미있는 학습이 가능하다.

청주가 처음 시작한 그런 증강현실 콘텐츠가 어찌 된 일인지 3년간 10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다가 지난해 반 토막이 났다며 울상이다.

아마도 진화의 시기를 놓친 까닭이 아닌가 싶다.

처음 벌인 일이 어려워지는 것은 대개 초심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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