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전 청주시장>
5월입니다.
온 산하가 꽃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참 아름답습니다. 마음이 흥겹습니다.
가정의 달을 5월로 잡은 것은 아마도 이러한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사랑을 만끽하라는 의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치러진 국회의원 보선과 그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일반사람들의 마음과 정치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따로따로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선거과정과 결과를 보도하고 분석하는 보도매체 사람들의 마음도 각각 따로 인거 같고요. 저도 착잡한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저는 어떤 마음에 들어가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더군요.
아침에 일어나 요즘 읽고 있는 연암 박지원선생님의 ‘열하일기’를 폈더니 이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마침 ‘차제(車制)’편이었습니다. 조금 길지모르지만 정치한다는 사람의 마음이 이 같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옮겨보겠습니다.
『이번, 천리길에 날마다 숱한 수레를 보았는데 앞 수레와 뒤 수레가 언제나 같은 자국을 따라 갔다. 그렇기 때문에 애쓰지 않고도 똑같이 되는 것을 일철(一轍)이라 하고, 뒤에서 앞을 가리켜 전철(前轍)이라 한다.
우리나라에도 수레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바퀴들이 온전히 둥글지 못해 바큇자국이 한 틀에 들 수 없다. 그러니 수레가 없는 것이나 같다. 사람들은 우리나라는 길이 험해 수레를 쓸 수가 없다고 한다. 그게 무슨 말인가? 나라에서 수레를 쓰지 않으니까 길이 닦이지 않은 것이 아닌가. 만약 수레가 다니게 된다면 길은 저절로 닦이게 된다. 그럼에도 좁은 길, 험한 길만을 탓하고 있다.
영남사람들이 백하젓을 모르고, 관동백성들이 아가위를 절여서 장대신 쓰고, 바닷가 사람들은 새우나 정어리를 거름으로 밭에 내건만 서울에서는 한 움큼에 한 푼을 하니 이렇게 귀한 것은 무슨까닭인가. 영남의 닥종이와 해서의 솜, 충청 서해안의 생선과 소금 등은 모두 백성 살림살이에서 어느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될 물건들이며 충청 보은의 대추나무와 황해도 황주의 배나무, 한산의 모시와 관동의 벌꿀은 모두 일상생활에서 서로 바꾸어 써야 하는 것이지만 이곳에서 흔한 물건이 저곳에서는 귀할 뿐만 아니라 그 이름은 들었음에도 실제 보지를 못했음은 어찌된 까닭인가.
그것은 오로지 멀리 운송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사방이 겨우 몇 천리 안 되는 나라에 백성들 살림살이가 이토록 가난함은 한마디로 나라 안에 수레가 다니지 못한 까닭이다. 누가 어째서 수레가 다니지 못하느냐고 물으면 나는 사대부들의 잘못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평소 글을 읽을 때 ‘주례’는 성인이 지으신 거야 하면서 윤인(輪人), 여인(輿人), 거인(人)을 떠들어 댔으나, 그 만드는 기술이나 움직이는 방법 등은 전혀 연구하지 않으니 그것은 그저 글만 읽을 뿐 그로 인해 유익한 점은 하나도 없다.』
이 글은 1780년의 여행기입니다. 사대부로서 사대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앞선 나라의 좋은 제도와 기술을 어떻게 하든 우리나라에 들여와 사람들의 생활을 나아지게 하려고 애쓴 선각자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졌습니다.
세계정세는 어둡고, 나라 경제는 어렵고 거기에 우리의 삶은 결코 편하지 않은 가운데 아직도 마음이 각각인 사람들의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은 현실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기본에 충실하고 앞날을 내다보려는 우리 미래과학연구원의 갈 길이 있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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