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징금 완납으로 대한민국의 면목을
추징금 완납으로 대한민국의 면목을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3.07.22 0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얼마나 황당했을까. 지난 16일 연희동 사저를 털린 전두환 전 대통령. 검찰 수사팀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동안 전 전 대통령 부부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물끄러미 상황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사에게는 의미심장한 얘기도 건넸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런 일을 보여서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

무슨 뜻일까. 정말 돈이 없어서 (추징금을) 못 낸 것에 대한 미안함일까. 아니면 돈을 숨기고 안내서 미안하다는 뜻일까. 후자일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최정예 팀을 꾸려 추징금 환수에 나서겠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압수수색을 앞두고 한 얘기다.

채 총장과 전 전 대통령. 질긴 악연이다. 채 총장은 1996년, 전 전 대통령에게 반란수괴와 상관살해미수, 뇌물 등 혐의를 적용해 직접 사형을 구형한 인물이다. 당시 그는 A4용지 50쪽 분량의 논고문을 직접 작성했다. 법원은 그의 구형량을 그대로 받아들여 전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로부터 17년 후,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그는 이번엔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를 위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추징금 환수 과정에서 범법 행위가 드러나면 곧바로 수사로 전환, 사실상 인신 구속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까지 표명했다. 전 전 대통령으로서는 ‘저승사자’처럼 각인될 인물임이 분명하다.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확인한 검찰은 그야말로 주마가편(走馬加鞭)의 기세다.

모두 500여점의 고가 미술품, 동산 등을 압수한 검찰이 미술품 매입 대금의 출처를 캐고 있다는 소식이다.

자금 출처를 캐는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흘러들어 간 사실을 포착하면 곧바로 은닉재산으로 간주, 공매에 넘길 예정이다.

무기명 채권과 차명 부동산도 추적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이 비자금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이 채권과 부동산 차명 매입 방법을 써온 사실이 이미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세청과의 공조도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국내 3대 보험사에 전 전 대통령 부부와 자녀, 손자 등의 금융거래 정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등 주변 인물 등의 이름으로 보험에 가입해 거액의 비자금을 은닉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조세 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사실이 확인된 장남 전재국씨에 대해 탈세조사도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국씨가 운영하는 시공사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위해 검찰이 회계분석팀과 계좌추적 요원 8명을 보강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검찰이 아들(재국씨 등)에 대한 강력한 압박을 통해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심산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6년간 침묵하다 이제서야 칼을 뽑아든 검찰, 과연 성과가 제대로 나올지 궁금하다.

가끔 재밌는(?) 소리 잘하는 김동길 전 연세대 교수가 도저히 못 참겠는지 최근 인터넷신문에 기고를 했다.

제목이 ‘전두환 비자금 해법’인데 전 전 대통령이 압수수색을 당했던 당일 검사에게 “국민을 대할 면목이 없다”고 한 말을 주목했다.

칼럼에서 그는 “(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집과 소장품을 모두 처분해 추징금을 자진 납부하고 그래도 돈이 모자라면 아들들이 나서서 모두 갚아줘야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체면이 선다”고 주장했다. 그게 부모를 섬기는 아들로서의 도리라고도 충고했다. 칼럼의 끝말이 의미심장하다. “전 전 대통령, 대한민국의 면목을 세우기 위해 큰 결단을 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