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불통
소통과 불통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3.07.08 2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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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취재3팀장 <부장>

청주문화예술체육회관이 시민회관을 리모델링하며 지역에서 활동하는 공연예술인들과 미묘한 감정이 흐르고 있다. 시민회관을 복합문화공연장으로 조성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공연 예술인들은 음악전용홀로 개관한다는 소식에 불편한 심정을 성토하고 나섰다. 한 장르에 대한 특혜라며 선택권과 향유권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올려질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요구다.

이같은 공연 예술인들의 불만은 쉬이 누그러지지 않을 전망이다. 청주에 중공연장이 없던 터라 기대가 컸던 것도 이유지만, 공연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의 예술인들의 고충도 크게 작용한 결과다.  

시민회관 리모델링 공사를 주관하고 있는 청주문화예술체육회관 역시 고민스럽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공연장 활용안을 검토하고 사업을 추진했지만 터져나오는 예술인들의 불만에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음악전용홀이라해도 타 장르의 공연을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한번 멀어진 예술인들과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불편한 감정을 두고 양측은 소통과 불통을 거론한다. 한 쪽은 의견수렴이 없다고 하고, 한 쪽은 행정적 문제라고 강변한다. 이 문제를 가지고 양측이 만남을 가졌다지만 항의와 답변하는 수준이었다고 하니 대화다운 대화는 만무했을 것이다. 누가 소통하고자 했는지, 누가 불통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행정적 문제와 예술인의 현장성이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팽팽하게 맞서야 하는지는 서로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일이다.

예술인에게 무대공간은 흥겨운 마당이기도 하지만 삶터다. 열악한 예술환경 속에서도 구슬땀을 흘리며 무대를 준비하는 것은 예술인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더 좋은 무대, 더 많은 관객 앞에 서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망이다. 무대에 욕심없는 예술인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당당한 요구도 대화로 풀어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예술시설 기관은 예술인들이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도 많은 시민들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시설을 잘 관리하는 곳이다.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다. 사용자든 이용자든 그들이 원하는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반영할 필요가 있다. 예술인과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기관의 상생 구조가 깨어질 때 지역의 예술도 후퇴할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을 진단할 때 흔히 토론문화가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다시 모든 의견을 종합하고 개진해 나가는 건전한 토론문화가 없다는 것이다. 비판과 비난을 구별하지 못해 싸움을 만들고, 뜻이 맞지 않으면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는 결국 신뢰없는 불통의 시대를 양산하게 된다는 진단이다.

그래서인지 오늘날 대한민국 화두는 ‘소통’이다. 소통을 단연 으뜸으로 꼽는 데에는 그만큼 불통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반증이다. 소통은 어느 한 분야에서만 요구되는 게 아니다. 가정은 가정대로, 학교는 학교대로, 직장은 직장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정치는 정치대로 소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통은 버젓이 옆에 있다. 생각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고, 현실이 다르니 사회는 더 불통의 시대로 기운다. 각자의 개성으로 끝나는 지점이면 다행이지만 공공적 문제라면 첨예하게 대립될 수 밖에 없다. 예술은 그 자체가 소통이다. 멋지게 소통하는 모습을 예술계에서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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