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검사' 면죄부, 진상규명위 한계 드러나
'스폰서 검사' 면죄부, 진상규명위 한계 드러나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6.0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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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검사'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성낙인)가 일부 '스폰서 검사'들의 향응 및 성접대 사실을 확인했지만, 사법처리없이 '징계권고' 수준에서 활동을 종결해 비판을 받고 있다.

규명위원회는 9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 15층 대회의실에서 '스폰서 검사' 의혹 조사결과를 발표, 향응·성접대를 받은 사실이 확인된 박기준·한승철 검사장 등 현직 검사 10명을 징계하라고 권고했다.

또 비위 정도가 중하기는 하지만 징계시효가 지난 검사 7명에 대해서는 인사조치를, 상사 등이 주재한 회식 자리에 단순 참가한 평검사 28명에 대해서는 경고조치를, 성접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부산지검 A부장검사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처리하도록 권고했다.

위원회는 이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조사상 많은 한계와 애로 속에서도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밝혔지만, 위원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냉랭하다.

우선 위원회는 50여일 동안 진행된 조사기간 내내 소극적으로 활동했다는 점을 지적받았다. 실제로 위원회는 지난달 12일 검찰로 구성된 진상조사단(단장 채동욱 대전고검장)이 진행한 전현직 검사 및 중요 참고인에 대한 조사에 대해 기본적인 확인 작업도 거치지 않고 3차 전체회의를 마쳐 "본연의 임무인 '검찰의 조사과정 확인'도 생략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또 위원회와 조사단이 상시 보고 체계를 갖추지 못했던 것도 논란이 됐다. 대표적인 예는 3일 벌어진 '정정 소동'으로, 당시 위원회 하창우 대변인은 브리핑 전 "현직검사들을 사전조사할 것"이라고 못 박았으나 한 시간 뒤 "조사단이 오늘 오후부터라도 소환한다고 한다"고 말을 바꿔 빈축을 산 바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 법조계도 이날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일제히 "진상을 밝히기에는 위원회의 활동이 미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우려한 바와 같이 검찰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기에는 절대적으로 미흡한 결과였다"고 비판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려한 검찰 출신 모 인사도 "진상조사단의 '제식구 감싸기'를 견제해야할 위원회가 오히려 조사단을 비호하는 모양새를 보였던 것이 사실"이라며 "조사결과가 현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최선의 결과였다 하더라도 위원회의 소극적 활동을 고려하면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수사에 준하는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기 위하여 검사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방침에 따라 조사를 전담, 위원회에 조사상황을 수시로 보고하고, 보완조사를 지시받는 등 조사과정?결과를 철저히 검증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도 위원회의 조사가 미흡했다는데 동의하면서 이미 이같은 조사결과가 예견됐다는 냉소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법이 보장하는 '특검'도 뚜렷한 성과를 못 보여준 현실을 고려하면, 감찰 성격을 가진 위원회가 스폰서 검사들을 사법처리하기에는 무리였다는 것이다. 특히 조사단이 아무리 열심히 조사한다고 하더라도 '내부 인원'으로 '내부 부패'를 조사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중형 로펌의 A변호사는 "십수년 전의 의혹을 입증하기도 어렵고, 만약 입증이 되더라도 현행법상 사법처리하는 것은 무리였다"며 "비전문가인 위원회가 전문가인 검사들의 수사과정을 지휘한다는 것도 비현실적인 발상이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시민단체의 주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위원회의 권한과 역할을 볼 때 이같은 결과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며 "위원회는 검찰의 문제를 덮기 위해 시간벌기로 이용됐을 뿐"이라고 혹평했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건설업자 정모씨가 대질신문에 응하지 않은 점 등 위원회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짧은 시간동안 25~26년 전부터 작년까지 걸쳐 일어났던 일들을 조사하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항변했다.

한편 김준규 검찰총장은 위원회의 조사결과를 통보받은 뒤 이날 오후 3시 전국 고검장·대검찰청 부장 연석회의를 열고, 위원회의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 신속히 징계 절차에 착수키로 했다.

향후 법무부는 김 총장이 징계를 청구하면 검사징계법에 의거해 통상적인 절차로 '스폰서 검사'의 징계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현행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비위검사들은 해임과 면직, 정직, 감봉, 견책 등의 징계를 받을 수 있으며, 실제로 검찰은 2008년 골프장 대주주에게 법인카드를 받아 1억여원을 사용한 김모 검사를 처음으로 해임 처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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