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4.2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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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최현성 <용암동산교회 담임목사>

어느새 봄이 다 지나가고 여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을 갖게 됩니다.

봄이 무르익어 가는 때에 "봄의 향기를 느끼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를 생각해 보다가 '쑥'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흔히 봄나물로 냉이와 달래를 들지만 그런 것들과 더불어 요즘 길거리를 걷거나 들로 산으로 다녀보면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쑥'입니다. 아마 쑥은 '아무데서나 쑥쑥 자란다하여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나라 산과 들,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며칠 전 시골에서 뜯어온 쑥을 넣어 빚은 '쑥 송편'을 먹으며 향수에 젖어 보았습니다. 향이 진해서 생채나 나물 무침은 못하지만 그 푸른 빛이 좋아 떡을 만드는 데 많이 쓰입니다.

어릴 때 많이 먹었던 떡이 '쑥개떡'과 '쑥버무리'였습니다. 작은 빈대떡 크기에 손자국이 나있는 넓적하고 검푸른 빛을 띤 '쑥개떡'과 밀가루에 쑥을 넣어 버무려서 솥에다 찌면 향기 그윽했던 '쑥버무리'의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요즘은 '쑥절편', '쑥인절미', '쑥송편', '쑥경단', '쑥개피' 등 쑥으로 해먹는 떡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봄에 돋아나는 어린 새싹을 뜯어다가 국을 끓여 먹었는데 이것을 '애탕(艾湯)'('애'는 중국말로 쑥)이라고 불렀고 이것은 봄에 나른한 우리의 몸에 들어와 기운을 차리게 했습니다.

쑥은 약 성분이 있어서 코피가 날 때에 말려둔 약쑥을 비벼서 콧구멍을 막아 피를 멎게 하는 민간요법에 쓰이기도 하였고, 한방에서는 뜸을 뜰 때 사용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쑥을 비닐봉지에 넣고 입구를 벌린 다음 냉장고에 쑥 넣어두면 냄새가 없어진다고 해서 냄새제거제로도 사용하기도 합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보면 "쑥은 오래된 여러 가지 병과 부인의 하혈을 낫게 하며 안태를 시키며 복통을 멎게 한다"고 쓰여 있기도 합니다.

쑥은 또한 우리 주변에서 생활과도 밀접하게 인연을 맺어 왔습니다. 우선 삼국유사(三國遺事) 단군신화에 쑥 이야기가 나옵니다.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왔을 때에 곰과 호랑이가 사람 되기를 원하자 쑥 한 묶음, 마늘 스무 쪽을 주고 햇빛을 보지 말고 백일을 견디라 했더니 곰이 견디어 여자가 되고 환웅과 혼인하여 난 아들이 단군이란 이야기가 있습니다.

쑥은 때로 악귀를 물리치고 액운을 없애준다 하여 단오가 되면 쑥을 지붕에 얹어 두거나, 쑥물에 목욕을 하고, 또 아녀자들은 머리에 꽂기도 했습니다.

쑥은 놀라운 생명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말에 "쑥대밭이 되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마 폐허에서도 잡초처럼 살아남는 쑥의 끈질긴 생명력을 의미하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의 원자폭탄의 잿더미 속에서 가장 먼저 피어 오른 식물이 쑥이라는 말도 전해오고 있습니다. 모두 쑥의 뛰어난 성분 때문에 나온 이야기들일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보잘것없고 아무런 공을 들이지 않아도 이곳, 저곳에 돋아나는 쑥에게서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때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짓밟히고, 짓이겨져도 독특한 자신의 모습으로 결코 좌절하거나 굴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또한 그 독특한 향기 때문에 입맛이 없는 사람들의 입을 자극해 입맛을 돋우는 봄나물이기도 합니다.

때때로 우리의 삶도 어렵고 힘들 때도 있지만 굴하지 않는 쑥처럼 그리고 많은 이들의 입맛을 돋우는 쑥처럼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모습과 남을 위하여 자기를 희생시키는 사랑의 마음으로 서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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